영화는 독재를 타파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설경구 분)과 그를 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 분)의 이야기를 그렸다.
극 중 이선균은 선거판의 여우라 불리는 서창대를 연기한다. 야당 대선 후보 김운범의 선거전략참모다. '대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당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믿는 김운범과 달리 서창대는 '대의'를 위해서라면 지저분하더라도 쟁취해내야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알려진 대로 설경구가 연기한 김운범 역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티프로 하며, 이선균이 연기한 서창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61년 강원 인제 재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처음 당선될 때부터 참모 역할을 한 엄창록 씨를 모델로 했다.
다음은 이선균과의 일문일답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개봉까지 2년 반 정도 걸렸다. 시사회 이후에도 확산세가 심해져 개봉 날짜가 한 차례 변경되기도 했었는데
- 개봉이 한 달 연기 되었지만, 촬영을 마치고 2년을 기다려왔기 때문에 한 달을 더 기다린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냈다. 지금이라도 개봉하게 되어 다행이다.
'기생충' 이후 차기작으로 '킹메이커'를 선택했다
- 마다할 이유가 없는 작품이었다. 영화 '불한당'의 큰 팬이었고 변성현 감독, 설경구 선배, 제작진들과 함께한다는 점이 마음을 흔들었다. '불한당'이 그랬듯, '킹메이커' 역시 김운범과 서창대의 관계성을 섬세하게 그려나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창대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접근했나?
- 이북 출신인 아버지가 죽임을 당하는 걸 보았고 그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거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민하며 유년기를 보냈을 거로 생각했다.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세상을 바꾸고 싶지만 여러 한계가 있어서 이를 대신해줄 이를 찾아 헤맨 거 같다. 그 사람이 바로 김운범이었고. 그를 종교처럼 모신 거 같다. 김운범이 잘 되고 커질수록 서창대라는 그림자는 더욱더 짙어지게 된 것이고 거기에서 오는 괴리, 상실, 갈등이 크다고 보았다. 복잡하고 섬세하고 미묘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서창대는 엄창록을 모티프로 한 캐릭터인데
- 이북 출신이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그마저도 풍문이고 정확한 기록은 없다. 변 감독님과 "여야 유명한 정치인들의 자서전에서도 '킹메이커'로 등장하는 유명한 인물인데 왜 우리는 이에 관한 정보가 없을까?"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창대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캐릭터를 구축하는 시작점인 셈이다. 다른 분들은 많이 알려진 분을 모티프로 한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만큼 부담감이 컸을 거다. 그에 비해 저는 자유로운 편이었던 거 같다. 서창대가 왜 수면 위로 드러나지 못했는지 서사를 만들고 그의 트라우마를 들여다보며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서창대 캐릭터의 레퍼런스도 있을까?
- 엄창록에 관한 기록을 살펴보기는 했지만, 실제 인물을 참고하지는 않았어요. 극 초반 서창대가 목포 사무실에서 당원들을 설득하는 장면을 두고 어떻게 연출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영화 '국가 부도의 날' 유아인 씨의 브리핑 신을 보기도 했어요. 그런 강연이나 대화의 밀고 당기기 같은 걸 참고했죠.
역사의 중심이자 배후의 있었던 인물을 연기한 기분은 어떤가
- 아이러니하다. 그 인물이 정확한 기록은 아니지만 이북 출신이기 때문에 차별을 받고 트라우마를 겪었던 인물인데 오히려 그 점을 이용해 지역감정을 만들어내었다는 게 아이러니하지 않나. 확실한 건 아니고 '설'이긴 하지만 말이다. 선거의 네거티브를 만든 이는 맞는 거 같다. 여야 할 거 없이 그의 전략을 두려워했고 존중했던 이라고 생각한다.
연기 구멍 없는 배우 라인업이었다
- 정말 좋았다. 평소 정말 궁금해하던 분들이었다. 유재명, 조우진, 김성오, 윤경호, 전배수 모두 팀워크도 좋고 호흡도 잘 맞고 행복하게 지냈다.
조우진과의 연기 호흡도 인상 깊었다
- 정말 감탄하면서 연기했다. 생각지도 못한 캐릭터를 구축해왔더라. 대본 리딩 할 때는 그렇게 안 했었는데! 현장 와서 (조)우진 씨가 만든 캐릭터를 보며 깜짝 놀랐다. 캐릭터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리얼함을 찾는 배우 같다. 뻔하지 않고 생각지 못한 걸 만들어왔다. 정말 뱀 같더라. 징글징글하게 연기하더라.
'킹메이커'는 서로의 대사가 액션처럼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상대 배우와 대사 호흡도 중요 했을 거 같은데
- 사전에 많은 연습은 안 했다. 배우들 모두 워낙 베테랑 아닌가. (설)경구 형님과는 프레시한 맛이 떨어질까 봐 오히려 덜 맞춰보고 한 번 할 때 집중하는 걸 택했다.
서재 신의 경우는 남녀의 이별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만큼 절절하고 감정적으로 깊은 신이었는데
-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제일 중요하다고 여겼던 신이다. 제일 잘 해내고 싶기도 했고.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집중해서 찍었고 테이크도 많이 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만족스럽다. 김운범이라는 '빛'이 커질수록, 서창대의 '어둠'이 짙어지는데 말 못 할 감정을 꾹꾹 눌렀지만 결국 김운범의 신뢰를 잃고 모든 걸 내려놓아 버리는 모습이었다. 그 장면이 참 드라마틱하더라. 브로맨스적인 면은 제작진이 참 잘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불한당'의 팬이라고 했었는데, 변성현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 변 감독님은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다. 영화를 보는 것, 만드는 것, 영화에 관한 고민을 하는 것까지도 좋아한다. 그의 패션도, 생각도 톡톡 튀고 유니크하지 않나. 이런 게 전부 작품에 반영되는 거 같다. 굉장히 솔직한 편이고 직설적이라서 소통도 빠르다. 서로 솔직해질 수 있고 빨리 가까워지는 거 같다.
설경구를 롤모델이라고 꼽았는데
- 그동안 '롤모델'이 누구냐고 하면, '없다'라고 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제게 영향을 준 작품들이 있지 않나. 연극이건, 영화건…. 그 작품에 모두 (설)경구 형이 있더라. 연극 '지하철 1호선'부터 영화 '박하사탕' '오아시스' 등등. 송강호, 설경구 등 저보다 연배가 높은 선배님들의 작품을 보며 꿈을 키웠고 어떤 가이드로 삼았던 거 같다. 좋은 선배들이 만들어 준 거다. 그 중심에 설경구 형님이 계셨던 거다. 존경하는 분이다.
3월 대선을 앞두고 개봉하게 되었는데
- 대선과 시기가 많이 겹치는데 의도한 건 아니다. 정치색에 대한 편견을 갖고 안 보셨으면 좋겠다. 우리 영화가 정치 이야기라기보다 선거판에서 벌어지는 치열함, 사람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봐주셨으면 한다.
배우로서 가진 장점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가?
- 무난함인 거 같다. 무난하게 어디에나 잘 어울린다는 점인 거 같다.
목소리라고 생각할 줄 알았다
- 목소리는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한 거 같다. 좋아하는 분도 계시지만 싫어하는 분도 계신다. 평범하지 않으니까. 목소리 자체가 캐릭터가 되어버리기도 하지 않나. 답답한 부분도 있지만 나름대로 깨려고 노력 중이다.
2022년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
- 큰 목표는 없다. 코로나19 종식이 얼른 오길 바란다. 다 같이 마스크를 벗고 다닥다닥 붙어 앉아서 종방연도 하고 시사회도 하고 시끄럽게 웃고 떠드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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