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人] "코딩 학습, 더 이상 취사선택할 수 없는 사회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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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2-02-0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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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딩 교육 플랫폼 '엘리스' 김재원 대표 인터뷰

  • '엘리스' 누적 수강생 20만명...초등학생도 코딩 교육 열풍

  • 디지털 대전환 시대, 기업 생존 가르는 디지털 적응력

  • "코딩 능력, 취업에 직결...디지털 인재가 국가 경쟁력 결정"

“이제는 먹고살려면 코딩까지 배워야 하나요?”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푸념처럼 코딩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산업 전반에 걸친 개발자 몸값 상승은 비(非)개발 직군의 박탈감을 만들고, 급속한 디지털 전환 과정은 이들이 생존 위협까지 느끼게 한다. 취업 전쟁을 통과했지만, 이제 다시 살아남기 위해 고민하는 대상이 바로 코딩(Coding, 컴퓨터 프로그래밍·컴퓨터의 언어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작동하게 하는 과정)이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20대에게는 또 다른 의미다. 20대는 취업을 위해 코딩을 공부한다. 과거 토익 점수가 입사 지원을 위한 기본 스펙이었다면, 2022년 현재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코딩이 그 위치를 차지한다. 초등학생들은 5학년 때부터 코딩 교육을 받는다. 좋은 점수를 받고, 원하는 대학에 가려면 코딩을 알아야 한다. 이과·문과의 문제가 아니다. 10대에게 코딩은 평범한 학교생활의 일부다.
 
김재원 엘리스 대표는 “더는 코딩 교육이 취사선택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10년 전만 해도 컴퓨터 전공자나 개발직군의 전문 영역이었지만, 이제는 보편적인 과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김 대표는 “이미 취업해서 일하고 있는 세대만 해도 코딩이 필수는 아니었지만, 더 밑에 세대는 취업과 연결돼 있다. 이제는 코딩을 모르면 채용이 안 된다. 회사에선 신입사원 때부터 코딩을 가르치고, 대학교에서는 전교생 코딩 교육을 진행한다. 대학에서든, 취업 과정에서든 코딩 교육은 피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했다.
 

김재원 엘리스 대표.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 관련 박사 과정을 밟던 그는 코딩 교육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연구실 동료들과 창업에 뛰어 들었다. 공학 전공자이자 인공지능 전문가 관점에서 교육 플랫폼을 설계한 그는 “다른 글로벌 업체와 비교해도 엘리스의 실습 중심 교육은 독보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이 관점에서 경쟁력도 크다”며 “이미 베트남 하노이대학에서 시험 교육을 진행했다. 향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 진출해 전 세계 교육생을 대상으로 플랫폼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엘리스]

 
“데이터 생성·수집·분석, 정보산업화 시대 보편적 능력”
개발자 품귀 현상, 코딩 교육 열풍의 본질은 무엇일까. 김 대표는 “산업의 디지털 대전환 과정에서 대학이 산업과 멀어지면서 발생한 진통”이라고 해석했다.
 
공장의 자동화가 전반적인 생산성을 끌어올리며 산업혁명으로 발전했다면, 정보산업화 시대의 핵심은 데이터다. 모든 전자기기에서의 움직임과 제공된 서비스는 데이터로 축적된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를 생성하고, 수집, 분석, 예측하는 능력은 특정 전문 직군이 아닌 전 산업군에 필요한 보편적 자질이 됐다. 누구에게나 코딩과 소프트웨어 공학, 디지털 교육이 필요하게 된 이유다. 대학 교육은 시대 변화에 맞춘 적응에 실패했기에 엘리스 같은 교육 플랫폼이 산업과의 간극을 좁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정보사회에서는 모든 서비스와 행동 패턴이 데이터화되고, 과거엔 보지 못했던 현상들을 데이터로 분석한다. 개발자들이 매번 데이터를 추출·분석해줄 수 없기 때문에 이제는 모든 직군에서 디지털 능력이 필요해졌다”며 “자사 데이터를 한 번도 열어보지 않은 직원이 어떻게 데이터 기반으로 서비스를 분석하고, 사업 방향을 제시할 수 있겠느냐. 어떤 직군이든 주관적 판단이 아닌 객관적 데이터 분석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인재 확보는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다. 과거 한국은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이제 전 세계는 플랫폼 기업과 IT기업이 주도한다.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각 국가가 성장을 위해 디지털 인재 확보 경쟁을 벌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모든 전자제품의 기본 자재가 반도체라면 소프트웨어 서비스의 기본은 사람이다. 공장에서 원자재를 투입해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과 달리 이제는 사람이 핵심이고, 직원들을 평생 교육하며 인재풀을 확보해야 한다”며 “미국에서 선도적인 서비스가 나오는 이유는 전 세계 소프트웨어 인재들이 모두 미국 기업으로 가기 때문이다. 미국의 교육 시스템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기업이 인재를 유치하는 능력은 최고다. 중국은 자국 내 수많은 인구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인재를 확보한다. 반면 디지털 인재를 확보하지 못한 일본의 미래 산업은 밝지 않다. 20년 전에도 그랬지만, 이제는 디지털 인재, 융합형 인재가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엘리스 '주간 알고리즘' 챌린지 화면. 엘리스에서는 무료로 코딩을 체험할 수 있는 실습과정 및 이론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엘리스]

 
카이스트 연구실서 창업...7년 만에 매출 100억대 회사 성장
실습 중심의 코딩 교육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는 엘리스는 2015년 김 대표가 카이스트 U&I(Users & Information) 인공지능(AI) 연구실에서 박사과정을 진행하던 중 창업한 회사다. 당시 함께 연구하던 김수인·박정국 리드와 함께 공동창업으로 시작해 7년 만에 직원 80여명, 매출 100억원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까지 엘리스 교육을 이수한 사람만 20만명이고, 정부와 공공기관, 대기업 등 1000여곳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코딩 교육 B2B(기업간거래) 시장에서는 SK, LG, 현대자동차 등 재계 20위권 기업 중 17개 기업이 엘리스의 교육을 받았다.
 
엘리스의 강점은 실습 중심의 교육플랫폼이라는 데에 있다. 토익 점수가 높다고 해서 영어를 잘하는 것이 아니듯 컴퓨터공학 이론을 잘 안다고 해서 실무 능력이 뛰어나진 않다. 엘리스는 교육을 받은 뒤, 학습자들이 프로그래밍 결과값을 원하는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실습 중심 교육 과정에 초점을 뒀다.
 
김 대표는 “AI의 필요성이 대두된 이후 기업들이 신사업을 찾기 위해 선택한 초기 직원 교육은 이론이 중심이었다. 분명히 교육 과정은 이수했는데, 현장에서 적용을 못 하고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이론도 중요하지만, 실습이 뒷받침돼야 컴퓨터가 작동한다고 생각해 우리는 실습 중심 교육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플랫폼 안에 직관적으로 제공하는 강의 시스템도 차별점이다. 그는 “코로나19 시기에는 화상 강의 솔루션이 필요하다. 비대면 강의는 줌 같은 화상 솔루션을 포함해 2~3개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사용해야 하는데, 엘리스는 자체 플랫폼에서 영상과 이론, 실습, 교육 과정 관리까지 한 번에 제공한다”며 “그동안 쌓인 학습데이터를 통해 학생들의 이수율과 이탈률까지 예측할 정도로 플랫폼 운영에 힘을 쏟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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