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글날 개관한 국립한글박물관이 전면 개편한 상설전시실을 공개했다.
보물 등 문화재급 소장자료를 인터렉티브북(글자와 그림이 움직이는 책), 영상 등을 통해 알기 쉽게 전달한 점이 특징이다.
국립한글박물관(관장 황준석)은 1월 21일부터 새로운 상설전시 ‘훈민정음, 천년의 문자 계획’을 개최한다. 2014년 10월 9일 한글날에 개관한 국립한글박물관은 개관 8년 차를 맞아, 상설전시실을 전면 개편했다.
한글문화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훈민정음‘의 서문을 바탕으로 기획한 전시장에서는 한글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문자 자료부터 현대의 한글 자료까지 191건 1104점의 한글문화 관련 유물을 만나볼 수 있다.
벽면과 바닥면을 동시에 활용한 실감 영상․인터렉티브북․투명디스플레이 영상 등 다양한 ICT 미디어를 사용해 전시 내용을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노후화된 전시장 내 시설 및 로비 공간 전체를 개선함으로써 보다 양질의 전시 관람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전시는 7개 공간으로 나뉘며 훈민정음 창제부터 현재까지 약 600년에 걸쳐 한글이 어떻게 사용되고 변했는지 조명한다. 각각의 주제는 훈민정음 서문에서 따온 글귀인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내 이를 딱하게 여겨’,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 ‘쉽게 익혀’, ‘사람마다’, ‘날로 씀에’,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글박물관이 소장한 다양한 문화재급 소장 자료와 관내외에서 새롭게 발견된 한글 자료들이 소개된다.
유가사지론(13∼14세기), 선종영가집언해(1495년), 간이벽온방언해(1578년), 곤전어필(1794년), 말모이 원고(1910년대) 등의 보물 자료를 비롯해 무예제보언해(1714년,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훈맹정음(1926년, 국가등록문화재), 송기주타자기(1934년, 국가등록문화재) 등 다양한 등록문화재들이 전시됐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2021년 6월 서울 인사동에서 출토된 15세기 한글금속활자 중 330여 점도 전시된다. 한글금속활자는 보다 면밀한 조사를 위해 올해 4월 3일 이후로는 조사기관으로 돌아간다.
한글은 다양한 이야기와 문화를 만들어냈다. 양반 송규렴이 노비 기축이에게 쓴 한글 편지, 과부 정씨가 어사또에게 올린 한글 청원문, 조선의 마지막 공주 덕온공주가의 한글 자료, 일제 강점기 발명가 최윤선이 한글 교육을 위해 만든 조선어 철자기 등이 전시됐다.
다양한 체험형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한 점도 특징이다. 한자와 그림 등을 관람객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전시장 도입부에서는 ‘훈민정음‘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훈민정음‘은 총 33장(66면)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33장 원형의 이미지를 아크릴 모형으로 만들어 선형적으로 나열한 것이다. 어두운 공간에서 빛나는 길과 같이 보이는 ‘훈민정음‘ 조형물은 우리 글자가 없었던 어둠의 시대를 밝히는 빛인 한글을 상징한다.
전시장 내에는 ‘훈민정음‘의 전체 내용을 쉬운 현대말로 풀이한 정보를 볼 수 있는 영상, 한글의 창제 원리와 세종의 일대기를 살펴볼 수 있는 인터렉티브북(글자와 그림이 움직이는 책)이 설치되어 있어 전시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이외에도 조선 시대 여성들의 아름다운 한글 서체를 대형 화면으로 볼 수 있는 정보 영상, 제사상 차리는 법을 익히는 놀이판 ‘습례국’ 등이 전시됐고, 놀이와 한글 점책 ‘평생생일길흉법‘으로 평생의 운수를 볼 수도 있다. 주시경과 그의 제자들이 만든 국어사전 원고인 ‘말모이원고’도 관람객을 만난다.
황준석 국립한글박물관장은 “한글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자 자부심이다”라며 “관람객들이 개편된 상설전을 돌아보며 한글의 우수성과 과학성, 아름다움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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