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은 귀양에서 풀려나기 한해 전인 1817년에 쓴 경세유표(經世遺表) 서문에서 “조선이라는 나라는 인간의 신체로 비교하면 모발(毛髮) 하나인들 병들지 않은 곳이 없다.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는다면 나라는 반드시 망하고 말 것이다(蓋一毛一髮 無非病耳 及今不改 其必亡國而後已)”며 국가의 절대 위기를 외쳤다. 그리고 다산은 “우리의 오래된 나라를 새로운 나라로 만들어내자(新我之舊邦)”는 주장과 함께 방책들을 제시했다. 경세유표는 다산의 ‘유언으로 남긴 구국(救國) 정책건의서’로 볼 수 있다. 그 다음해 저술한 목민심서(牧民心書)는 구체적으로 ‘백성을 보듬는 행정개혁서’이다. 요즘으로 해석하면 정치인과 관료가 행해야 할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유표’와 ‘심서’는 단어에서 보듯이 다산이 나설 수도, 행할 수도 없는 처지에서 눈물로 쓴 국가 비전과 어젠다, 실천방안이다. 이러한 다산의 경세학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아주경제신문이 24일부터 연재하는 경제심서(經濟心書) 시리즈는 다산이 토출했던 경세유표의 절박함과 목민심서의 실천정신을 본받은 신 경세학(經世學)이다.
2022년은 우리에게 어떤 해가 될 것인가. 2020년 초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은 변이를 거듭하며 2년이 지나도 쇠약해질 기미를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경제도 코로나19 재앙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고 사람들은 아직도 비상 상태로 생활하고 있다고 느낀다. 코로나19는 세계에서 500만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갔을 뿐 아니라 경제와 사회를 확 바꿔 놓았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단절과 고유가는 물가 상승을 불러 세계는 인플레이션 시대에 진입했다.
코로나19 재앙 아래서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라는 사회적 요구는 세계 공통어다. 특히 한국은 고령화의 빠른 진전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의 증가에다 코로나19 대책 지출이 겹쳐 정부 채무가 크게 부풀어 오르고 있다. 디지털 혁명에 따라 아이디어를 가진 소수에 이익이 집중되는 승자독식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혼돈과 대전환의 세계에서 한국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현 상황은 불안하기 그지없다. 올해 대선(大選)은 21세기 신아지구방을 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번 경제심서는 국론 어젠다를 선도하는 아주경제의 '국민심서(國民心書)' 세 번째 시리즈로 경제전문가 20인이 새로운 21세기 국가 건설을 위한 비전과 정책 방안들을 소개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