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국은행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주요 이슈별 글로벌 논의 동향'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금융과 경제부문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됨과 동시에 지급결제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변화에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가 주요 정책과제로 부상해 도입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CBDC는 한국은행과 같은 중앙은행이 일반 국민에게 계좌를 제공해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화폐를 말한다. 현재 중국, 우크라이나 등이 시범운영하고 있으며 바하마, 동카리브, 나이지리아 등의 일부 신흥국은 CBDC를 발행했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CBDC에 대한 연구와 모의실험을 진행하는 단계다. 한국은행 역시 CBDC 모의실험 1단계를 지난달 22일까지 진행한 후 2단계 모의실험에 착수했다. 6월 말 모의실험을 마친 후 종합평가를 통해 상용화 여부를 판단한다는 계획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대체로 지급결제 시스템 발달이 지연된 나라에서는 CBDC 도입을 긍정적으로 보는 반면 중국을 제외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CBDC 발행에 대해서 신중하게 접근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CBDC를 향한 시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한은은 "BIS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CBDC 발행 필요성에 대한 중앙은행들 입장이 2019년을 기점으로 부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며 "현재는 대체로 CBDC 도입 필요성이 크다는 인식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특히 CBDC 도입으로 은행 예금이 감소하면서 통화정책의 파급경로가 약화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높은 편의성과 이자 지급 확대 등으로 CBDC의 이용이 크게 확산된다고 가정할 경우 시중은행 예금이 큰 폭으로 감소해 은행의 신용공급이 제약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거 예금 이탈은 은행의 자금 조달을 위해 장기채 발행 등 시장성 수신의 비중을 높임과 동시에 대출금리가 올라 대출과 투자 자체가 위축될 수 있고, 소형 은행들이 버티지 못해 은행업의 대형화를 가속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각국 중앙은행들은 CBDC를 발행하더라도 이자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이를 도입 운영 중인 바하마, 동카리브, 나이지리아 등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자 지급과 민간에 대한 유동성 직접 공급 등 CBDC를 새로운 정책 수단으로 적절히 활용할 경우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CBDC 보유 한도가 낮거나 이자율이 낮을수록 예금이 대체되는 정도는 미미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 밖에도 금융기관 및 시스템 건전성이 저하되거나 중국의 CBDC 도입이 기축통화로서 미 달러화 위상을 약화시키는 등 기존 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은 측은 다만 "CBDC 도입이 야기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이 제도적 장치를 통해 충분히 제거될 수 있다는 견해도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고 관련 논의 또한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론적으로 CBDC 도입이 금융시스템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금융안정 책무 수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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