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2시께 서울 여의도동 KB국민은행 앞. 희뿌옇게 자욱한 안개비 속에서 최근 코로나19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영업자 50여명을 위한 묵념이 시작됐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9개 소상공인 단체로 구성된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대'(코자총) 소속 회원들 사이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지금부터 삭발식을 진행하겠습니다’라는 방송이 나오자, 의자에 앉아 있던 코자총 소속 회원 10여명이 삭발을 시작했다.
울음으로 가라앉았던 현장은 이내 분노로 차올랐다. "정부의 코로나 방역정책이 자영업자를 희생양 삼는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이후 발생한 빚은 한 푼도 갚을 길이 없다", "자영업자들이 월세나 전기료를 감당하지 못해도 누구 한 명 관심이 없다" 등 정부를 향한 날카로운 외침이 곳곳에서 울렸다.
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손실보상 소급적용을 받아낼 것"이라면서 "정부와 정치권을 대상으로 투쟁해 나겠다. 오늘부터 총파산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달 10일께 서울 광화문에서 정부의 방역 정책으로 피해를 본 모든 세력과 연대해 대규모 투쟁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호석 공동대표도 무대에 올라 "왜 우리 자영업자만 희생양이 되어야 하느냐"며 "정치권력들 자영업자 소상공인 말하면서 우리에게 해준 것이 없다"고 했다.
이어 "생색만 내고 영업시간의 자유마저 빼앗았다"며 "손실보상으로 지급된 것이 12조이고 재난지원금이 24조였다"며 "추경 예산은 도대체 다 어디로 갔느냐"고 비판했다.
코자총 소속 10명이 삭발을 끝내자, 또 다른 회원들도 이내 삭발에 동참했다. 서울 신대방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신영숙씨(67세, 여성)도 이날 삭발식에 참여했다.
그는 어깨까지 오던 머리를 모두 밀었다. 삭발식이 진행되는 동안 코자총 측은 "여러분, 머리카락 한 가닥 한 가닥 모두 청와대로 보내겠다"며 울음바다가 된 현장을 다독였다. 신씨도 눈물을 떨어뜨렸다.
신씨는 "영업시간이 들쭉날쭉하면서 줄어서 장사가 안 된다. 지난해 8월 음식점을 정리했다"며 "나라도 목소리를 내야 할 것 같아서 (삭발식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날 삭발투쟁에 참여한 김경호씨(49세)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보상도 아닌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권리다"며 "수입이 80퍼센트 이상 줄었다"며 정부 방역 정책의 변화를 촉구했다.
미용실을 운영 중인 김영희씨(가명, 40대)도 "미용실 역시도 면적당 손님 제한이 걸렸다"며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원한다"고 말했다.
코자총은 정부에 △코로나19에 따른 피해 소급 보상 △매출 피해가 일어난 모든 자영업자의 피해 전액 보상 △신속한 영업 재개를 촉구했다.
연설자로 참석한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은 "자영업자들은 누구보다 방역지침을 충실히 따랐다. 이들은 죄를 짓지 않았다. 최소한 살려달라는 것"이라며 코자총 측에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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