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일류 되찾자" 규제 혁파 日...장벽 없애고 한 발 더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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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원 기자
입력 2022-01-2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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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다시 반도체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약속이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 25일 일본 소니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TSMC의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 내 반도체 제조 공장 설립을 위한 초기 자금 조달을 완료했다고 닛케이아시아는 보도했다.

일본 소니는 향후 2년 동안 TSMC의 반도체 제조 공장에 570억엔(약 5993억 5000만원)을 지원하며 현지 운영에 협력하고, 20% 이하의 지분을 유지할 계획이다. 해당 공장은 올해 착공에 들어가 2024년 말까지 22~28㎚(나노미터·10억분의1m)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게 된다. TSMC가 대만에서는 최첨단 5㎚ 반도체도 양산하고 있는만큼 최첨단 반도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를 마중물로 삼아 다른 반도체 제조업체들을 유치하겠다는 게 일본 정부의 계획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사진=AFP·연합뉴스]



기시다 총리는 경제적 안전 보장을 정책 기치 중 하나로 내세우며 일본 내 반도체 공급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난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안정적인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고, 차세대 산업을 위해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 싱크탱크인 노무라종합연구소(NRI)는 오늘 2월 하순 정부가 국회에 제안하는 경제안보 관련 법안에서 △반도체 등의 주요 물자와 관련한 공급망 강화 △기간 인프라 정비 △정부와 민간의 기술 협력 △특허 비공개 등을 정부의 우선 과제로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30년까지 일본 내 반도체 기업의 연간 매출을 13조엔 이상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대만 TSMC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첫 타자다. 지난해 일본은 대만 TSMC의 반도체 연구·개발(R&D) 시설과 제조 공장을 유치했다.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 소재한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연구기관인 '산업·기술 종합 연구소' 내부에 위치하게 될 TSMC의 R&D 시설은 총 370억엔 규모를 투자해 세워질 예정으로,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절반 정도인 190억엔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시설은 여러 종류의 반도체를 하나로 연결해 성능과 기능을 높이는 '반도체 패키징'이라 불리는 후공정 제조 기술 연구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구마모토 현에 세워질 소니와의 합작 반도체 제조 공정에도 전체 투입 비용 8000억엔 중 절반 가량인 4000억엔의 보조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미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국내 반도체 산업 확대를 위한 7740억엔 규모의 투자 계획을 2021년도 추경예산에 포함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6170억엔 △기존 반도체 제조시설 정비 등을 위해 470억엔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한 연구 및 개발(R&D)에 1110억엔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지난해 12월에는 일본 국립연구법인인 신에너지·산업종합기술개발기구(NEDO)법을 개정해 일본 경제산업성이 인정한 사업에 대해 필요한 자금의 최대 50%를 지원할 수 있다는 법안을 가결했다고 지지통신은 보도했다. 이미 추경예산을 통해 확보한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6170억엔 중 4000억엔을 대만 TSMC 공장을 위해 지원하며 첫걸음을 뗄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이 대만 TSMC 공장을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 유치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른바 '실리콘 아일랜드 규슈'가 부활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해 6월 발표한 '반도체·디지털 산업 전략' 자료를 통해 1980년대에는 전 세계 반도체 수요의 약 50%를 공급하는 반도체 강국이었지만, 현재는 국내 수요의 60% 이상을 해외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 되었다며 국내 반도체 제조 역량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지난해 11월에는 하기우다 고이치 경제산업상이 일본 규슈에 방문해 '실리콘 아일랜드' 규슈 부활을 위해 지역에서 노력하는 기업·대학과의 간담회를 개최하고 반도체 인재의 확보와 육성, 반도체 제조 장치 도입, 반도체 제조 공정 개발을 위한 기업간 제휴 방안 등을 논의하며 일본 정부의 바람은 명확해지고 있다. 

이에 일본 규슈 내에서도 반도체 관련 인재 육성을 위한 움직임은 활발해지고 있다. 일본 도쿄에 위치한 인재파견회사인 UT에임은 지난해 3월 반도체 엔지니어 연수시설을 규슈에 세워 11월 말까지 179명의 엔지니어를 육성했다고 구마모토일일신문은 지난 11일 보도했다. 향후 2023년까지 총 1000명의 엔지니어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일본 정부 역시 규슈 내 8개 고등전문학교를 대상으로 반도체 제조 및 개발 관련 교육과정을 설립해 반도체 전문가를 육성하겠다고 밝혔다고 지난 3일 요미우리신문은 보도했다. 향후 일본 규슈 내 반도체 공장을 육성하기 위해 지역 내 인재를 키우겠다는 심산이다. 우리나라의 고등학교와 전문대학교를 합친 것과 유사한 5년제 고등 교육기관인 고등전문학교에서 관련 기업과 협의해 업계에서 요구하는 구체적인 지식과 기술을 다룰 예정이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7일 정기국회 개원을 알리는 시정 방침 연설에서 "경제 안보는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새로운 자본주의의 중요한 기둥"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반도체 제조 공장의 설비 투자나, AI, 양자, 바이오, 생명과학, 광통신, 우주, 해양 등의 분야에 대한 정부와 민간의 R&D 투자를 지지해 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향후 일본이 계속해서 반도체 사업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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