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본지가 지난해 국내 완성차 5사(현대차‧기아‧한국GM‧쌍용차‧르노삼성차)의 국내 생산 모델 중 세단 13종과 SUV 20종(픽업트럭 포함)의 판매량을 비교 분석한 결과, 세단은 44만7414대, SUV는 59만8368대가 팔려 각각 42.78%, 57.2%의 비율을 보였다. 특히 판매량 1만대를 넘긴 세단은 7종에 그쳤지만, SUV는 두 배 이상인 18종에 달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SUV 판매는 2013년 처음으로 30%를 돌파했다. 이후 2015년 40%대를 넘겼고, 2020년에는 49%까지 비율을 끌어올렸다. 지난해는 과반을 넘겨 전세가 완전히 역전됐다.
SUV 인기 요인은 넓은 실내 공간과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다는 점, 험로 주파 능력이 꼽힌다. 여기에 기존의 장점을 더한 연비 효율성 향상, 디젤 엔진 중심에서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등 파워트레인 선택지가 넓어진 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승차감과 운전의 즐거움도 세단의 전유물이라 말할 수 없을 만큼 기술적 수준이 크게 올라왔다.
이전에는 제조사들마다 트림이 겹치면 카니발라이제이션(같은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을 침범하는 현상)에 직면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 벽이 깨졌다는 판단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최근 경영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위기에서도 SUV와 친환경차 등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가 늘어나 실적 증가가 이뤄졌다”고 밝히며 SUV 라인업 확대를 수익성 증대의 비결로 꼽았다.
SUV 인기는 전기차로도 이어질 조짐이다. 지난해 11월 열린 LA오토쇼에서 현대차는 ‘아이오닉7’의 방향성을 보여줄 콘셉트카 ‘세븐’을, 기아는 ‘EV9’ 콘셉트카를 선보이며 전기 SUV 출시에 공을 들이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해 전 세계 완성차 판매 1위인 폭스바겐은 최근 쿠페형 전기 SUV ‘ID.5’를 공개하며 전기 SUV 시대를 대비하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SUV 트렌드에 국내 세단 시장이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완성차들마다 소형과 중소형 세단의 비중을 줄이고 중대형과 대형 세단 위주의 라인업 재편을 예상했다. 지난해 국내 소형 및 중소형 세단은 ‘아반떼(7만1036대)’와 ‘K3(2만6405대)’만이 이름을 올릴 정도로 선택지가 크게 좁아졌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과거 디자인과 연비, 가격 등에서 단점이 있었던 SUV가 세단의 장점을 대거 흡수해 이제는 다양성 측면에서 세단보다 우월해졌다”면서 “특히 완성차 제조사들마다 SUV 흥행에 따라 판매율이 좌우되면서 SUV 비중 확대는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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