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人사이드] 日 법원 "역사 수정주의자 평가, 명예훼손 아냐"...주전장, 일본서도 상영하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최지현 기자
입력 2022-01-28 15:1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주전장', 일본군 위안부 문제 부정하는 日 우익 실태 고발

  • '美 변호사 출신 日 극우 방송인' 켄트 길버트, 앞장서 소송

  • '사기 출연' 피해 호소했지만, '개봉 축하' 메일 보내기도

  • 패소 후 회견 연 길버트 "작품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을 일본 내에서도 상영할 길이 열렸다. 앞서 해당 영화에 출연한 일본 극우 논객들이 자신들을 '역사 수정주의자'라고 평가했다면서 영화감독과 배급사에 제기한 명예훼손과 상영중지 청구 소송이 패소 처리됐기 때문이다. 

27일 교도통신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 일본 도쿄지방재판소(지법)의 시바타 요시아키 재판장은 미국 변호사 켄트 길버트 등 5명이 제기한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원고는 지난 2019년 개봉한 '주전장'에 출연했던 일본의 극우 논객 5명이다. 각각 △미국 변호사 출신의 일본 방송인인 켄트 길버트와 △미국에 거주하며 '텍사스 오야지'라고 불리는 친일 유튜버인 토니 마라노 △토니 마라노의 매니저 역할을 하며 미국에서 함께 '평화의 소녀상' 철거 운동을 해온 후지키 슌이치(슌 퍼거슨) △일본에서 평화의 소녀상 철거 운동을 조직한 우익 성향의 여성단체인 '나데시코액션'을 이끄는 야마모토 유미코 대표 △일본 내 우익 단체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후지오카 노부카쓰 부회장(전 도쿄대 교수) 등이다.

앞서 지난 2020년 9월 본지 국제경제팀은 당시 기획 영상인 '글로벌 인싸'에서 이들 원고 중 켄트 길버트와 토니 마라노, 나데시코액션의 평화의 소녀상 철거 운동 등에 대해 다루기도 했다. 
 
        [출처=유튜브·글로벌인싸]
 
이들 원고는 지난 2019년 6월 1일 △'주전장'을 감독한 일본계 미국인 데자키 미키 감독과 △영화의 일본 배급사인 '도후(東風)'에 대해 명예훼손을 이유로 총 1300만엔(약 1억3600만원)의 손해배상금과 일본 내 영화 상영중지를 청구했다. 
  
일본의 온라인 법률 상담 매체인 '벤고시닷컴'에 따르면, 원고가 제기한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영화가 자신들의 발언을 왜곡 편집하고 '역사 수정주의자'라고 평가한 것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점과 △당초 출연 섭외 당시 상업용 영화가 아닌 영화학도의 졸업작품용 영화라고 속였기에 해당 영화의 일반 공개는 저작권이나 초상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날 시바타 재판장은 이들 두 쟁점에 대해 모두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시바타 재판장은 미디어나 학술계에서 이들을 그렇게 평가하고 있었기에, 해당 영화가 서두에서 이들에 대해 '역사 수정주의자 혹은 (일본군 위안부) 부정론자, 성차별주의자, 내셔널리스트 등으로 말해지고 있다'는 소개 자막을 넣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인 시청자들이 길버트 등 원고들을 스스로 사상을 강경하게 주장하는 인물로 평가한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역사 수정주의자'라는 표현도 원고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판결문에 기술했다. 

아울러 시바타 재판장은 원고들의 초상권과 유튜브 게시물 등의 저작권 침해 여부 역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장은 이와 관련해 미국의 공정이용(fair use) 전문가 다수에게 모두 '문제가 없다'는 평가의 의견서를 받았을 뿐 아니라, 2년 3개월여에 걸친 서면·대면 심문에서 '사기 섭외'를 당했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는 정황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공정이용이란 미국의 저작권법상 학술 연구나 평론, 예술 등의 목적에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제한적으로 저작물의 활용을 허용하는 제도다. 아울러 지법은 해당 영화가 미국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등 세계 50개 이상 대학에서 상영되는 등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한 평가 역시 받아들였다.
 

지난 2019년 11월 영화 '주전장' 출연 피해를 호소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던 일부 원고들. 왼쪽부터 야마모토 유미코 나데시코액션 대표, 후지오카 노부카쓰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부회장, 켄트 길버트, 후지키 슌이치(슌 퍼거슨). [사진=유튜브·チャンネル写楽TV]

이와 관련해 피고 측은 영화를 제작할 초기 작업 당시 해외 영화제 상영을 위한 영화 제출이나 상업 개봉을 위한 배급사와의 접촉도 없었기 때문에 섭외를 목적으로 일부러 속이려는 의도가 없었던 것을 인정받았다. 반면 원고 측의 경우 영화 개봉 이전에 해당 영화가 상업적 개봉 등 일반 공개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도 여럿 확인됐다. 

우선 데자키 감독은 우연한 기회로 상업 개봉을 하게 될 당시 이들 출연자들에게 해당 사실을 이메일로 공지했지만, 이들 원고로부터 영화 상영과 관련한 항의 메일을 전혀 받지 못했다. 심지어 일부 원고는 데자키 감독에게 '영화 개봉을 축하한다'는 답신을 받기도 했다. 

또한 '영상을 확인하고 답변하겠다'고 했던 한 명은 영상을 받은 후 답신하지 않았고, '완전한 편집권'을 요구했던 또 다른 한 명은 감독이 이를 거절하자 추가 답변을 하지 않았다. 시바타 재판장은 이에 대해선 답변을 하지 않은 것을 '합의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런 정황을 바탕으로 시바타 재판장은 "원고들이 일반 공개 가능성을 인식하고 출연을 허락했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했고, 원고들도 더 이상 이를 주장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재판 후 패소한 켄트 길버트 등 원고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작품('주전장')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출처=유튜브·cinemaDAL]

영화 '주전장'은 데자키 감독이 일본 소피아대 대학원 재학 시절 졸업작품으로 제작했다. 데자키 감독은 일본에서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기사를 쓴 기자에 대해 일본 우익단체와 넷우익들이 인신공격을 하는 현상을 보며 해당 영화를 기획했다. 

이에 데자키 감독은 일본과 한국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는 활동가와 일본 우익인사 등 관련 활동을 하는 이들의 주장을 가감 없이 나열하는 방식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소개했다.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상영된 후, 한국과 미국, 일본 등에서도 개봉했다. 일본에선 2019년 4월 개봉했으며, 개봉 규모는 일본 전역에서 60관 수준이었다. 

또한 이날 재판장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자국 내에서도 민감한 주제임을 감안해 신중한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특히 해당 재판은 원고 측이 영화 내용에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오류라고 지적한 △20만명 이상의 일본군 위안부 규모 △강제연행 문제 △성노예 여부 등 세 가지 문제를 심문하기도 했다. 

심문 과정을 통해 재판장은 각각 △20만명의 규모는 추정 숫자이기에 주의 깊게 봐야 한다 △국제법상 '속였다(騙した)'면 강제연행에 해당하며, 당시 (일본군 위안부 모집 과정에서 실제로도) 많은 속임수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국제법상 '완전한 지배' 아래에 있다면 돈 등 보상을 받았다고 해도 성노예라고 할 수 있다 등으로 판단했다. 
 

평화의 소녀상 [사진=연합뉴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