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9시께 서울 서초구 남부고속터미널. 시민들이 잰 발걸음을 옮겼다. 손에 여행용 가방이나 과일상자, 보자기 또는 포장지에 싸인 짐을 쥔 채였다. 위례 신도시에 거주하며 취업 준비 중인 20대 여성 한모씨는 “가족들을 보러 충남에 내려간다”며 “지난해 추석 당시 코로나 때문에 방문을 못 했는데, 이번 설은 차마 외면 못 하겠더라”고 말했다.
이날 코로나19 국내 신규 확진자가 1만6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최근 확산하는 ‘오미크론 공포’를 뚫고 시민들이 명절 귀성길에 나섰다.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이 지난주 국내 우세종이 된 이후 하루 확진자 수는 연일 최다치를 경신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2년여 동안 계속되는 팬데믹 속에서 가족들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차마 접지 못하고 속속 귀성을 시작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시민들은 고향에 가더라도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가족을 제외한 사람들과 만남은 최소화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고속버스터미널은 이용객들로 붐볐지만 코로나의 흔적도 여전히 공존하고 있었다. 터미널 대합실에서 시민들은 가족끼리여도 한 자리씩 떨어져 앉았다. “음식물을 먹을 수 없습니다”라는 내용의 안내 방송도 끊임없이 되풀이됐다. 버스는 일부 승차 구간이 폐쇄돼 짝수 구간만 운영 중이었다.
강모씨(23)는 “저번 추석에는 가족들이 모두 ‘오지 말아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방문하라고 했다”며 “70대인 할머니와 할아버지 건강이 걱정되는 만큼 집에서만 지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터미널 대합실에서 마스크와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휴대폰 하며 버스를 기다리던 30대 여성 A씨는 “임신을 준비 중이라 더 철저하게 준비했다”며 “백신을 맞기에도 조심스러워 마스크나 장갑이라도 잘 껴야겠더라”고 귀띔했다.
이날 오후 1시께 서울 중구 서울역의 사정도 비슷했다. 열차를 기다리는 이들의 눈가가 하나둘 휘어졌다. 배낭 등을 플랫폼 앞에 세워두고 담소를 나누거나 머리 위로 하이파이브를 하는 시민도 있었다. 시민들의 면면만 보면 마스크를 제외하곤 코로나 사태의 흔적을 찾기 힘든 풍경이었다.
대구에 내려가는 C씨(26)는 “코로나 걱정은 되지만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을 미룰까 고민해보진 않았다”며 “대신 가족들 모두 조심하자고 서로 얘기했다”고 언급했다. 고향이 경주라고 밝힌 D씨(33)는 “코로나로 지난해 추석처럼 부모님께 간단하게 인사만 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알지만 명절만큼은 조금 거리두기를 완화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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