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한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을 철회하기로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공동 대표 주관사 및 공동 주관사 등의 동의 하에 공모 연기를 결정했다고 28일 공시했다. 회사 측은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해 지난 26일부터 이틀간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주당 공모가 희망범위는 5만7900~7만5700원으로 총 1600만주를 공모할 예정이었다. 다만 수요예측 결과 50대 1 이하의 두 자릿수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예측 결과가 예상보다 저조한 수준을 기록하며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상장 철회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가 하단에 수요예측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곳들도 있었으나 대부분 참여를 단념했던 것으로 안다"며 "대형 기업공개(IPO) 에서 희망범위 하단 이하로 공모를 진행한 전례가 없었던 만큼 상장 철회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IPO 착수 직후부터 대형 공모로 주목받았다. 다만 시장 친화적이지 못한 공모 구조와 증시 급락으로 인해 참여도가 저조했다는 평가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기업가치 산정에 다수 해외 기업을 포함하며 삼성엔지니어링 등 국내 기업보다 월등이 높은 주당 가격을 제시했다. 경쟁사 대비 다변화된 사업 구조, 친환경 부문을 중심으로 한 신사업 추진 전략을 내세웠으나 기관투자자들의 투심 확보에는 실패했다.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 건설업종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도 불안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 IPO 전문가는 "증권신고서 제출 직후부터 공모가를 두고 고평가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며 "기존 주주들의 구주 매출 비중 역시 일반적인 IPO 사례보다 월등이 높아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구주매출은 총 공모 주식(1600만주)의 75%(1200만주)에 달했다. 특히 11.72%(890만3270주)의 지분을 보유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534만1962주를 매각할 예정이었다. 공모가 희망범위 기준 최대 4044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계획이 철회되며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순환출자 구조를 택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가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정의선 회장의 현대모비스 보유 지분은 0.32%에 불과하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과 함께 조달한 자금은 이러한 지배구조 재편에 필요한 '실탄'으로 여겨졌다. 상장이 철회된 만큼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도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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