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장 190cm 체중 110kg 건장한 체격을 가진 택배기사 A씨. 그는 아침 6시에 출근해 분류작업을 하고 하루 300여건의 택배를 배송한 뒤 밤 11시에야 퇴근하는 일상을 매일같이 반복했다. 근무 6개월 만에 체중 20kg가 빠진 A씨는 2020년 12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는 "고인은 최근 2달간 하루 물량이 300개까지 늘어났다"며 A씨의 죽음은 '과로사'라고 강조했다.
CJ대한통운이 35일째 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택배근로자 23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들 중 60.9%인 14명은 A씨처럼 코로나19 사태로 택배 물량이 증가한 시기에 숨졌다.
3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받은 '택배산업 및 산업재해 현황' 자료를 분석해 이 같이 밝혔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산재 승인을 받은 택배근로자 사망자는 연평균 약 2명이었다. 그러다가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8명, 6명으로 늘었다. 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하던 시기는 코로나19로 택배 물량이 급격히 증가한 때와 맞물린다.
특히 2020년과 2021년 택배물동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택배물동량은 2014년 16억2325만 상자에서 2020년에는 33억7373만 상자로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연평균 10% 정도 증가하던 택배물동량은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에는 전년보다 20% 이상 급증했다.
택배물동량이 2배 이상 증가했어도 택배 근로자 수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택배근로자는 2014년 3만3000명에서 2020년 5만4000명으로 겨우 1.6배 늘어났다.
자료를 분석한 김 의원은 "택배 물량이 폭증하는 가운데 CJ대한통운 택배노조 장기간 파업과 사측 책임 회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짊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사측과 택배노조와 대화의 장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로 35일째에 접어든 CJ대한통운 택배노조 파업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 중 8%인 택배노조 소속 조합원 1650명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이 장기화하자 결국 정부는 현장 점검을 시행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일부터 21일까지 불시에 25개 택배 터미널을 방문해 사회적합의 이행상황 1차 현장점검을 진행했다. 국토부는 현장점검 결과 택배 분류인력 투입 등에 대한 '합의 사항은 양호하게 이행 중'이라고 평가했다.
국토부 점검 결과를 두고 택배노조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점검지 25개소 중 택배기사가 완전히 분류작업에서 배제된 곳은 7개소(28%)에 불과했으며, 72%의 터미널에서 택배기사들이 여전히 분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합의의 핵심은 택배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서 해방하는 것으로 노동시간 단축이었으나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국토부 점검에도 불구하고 택배노조 측과 사측은 여전히 대치 중인 상태다.
박석운 과로사 대책위 공동대표는 국토부의 사회적 합의 이행 1차 현장 점검 결과를 지적하면서 "국토부 조사는 전국 수천개 중 25개 택배 터미널만을 대상으로 진행돼 관광 점검 격"이라며 "투명하게 점검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대강 대치 속 배송차질로 인한 피해는 결국 소비자들과 소상공인이 보고 있다. 파업에 참가한 택배기사는 전체 CJ대한통운 기사 2만명의 8% 수준인 1650명이지만, 연말 성수기와 설 특수기가 겹치며 경기와 영남 등 일부 지역에서 심각한 배송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비노조 택배기사연합 관계자는 자신의 SNS를 통해 "'파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모인 비노조 연합 참여 기사 수가 3000명을 넘어섰다"며 "택배기사는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라며 노조 해산과 파업 중단을 요구했다.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노조 지도부의 수차례 요구를 번복하는 과정이 반복되다 명절 택배대란 없이 특수기가 끝나고 있다"며 "이탈한 고객사와 물량이 파업 종료 이후 회복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가운데 선량한 택배 종사자들의 피해 보상은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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