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17년 9월 이후 4년 4개월만에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검수사격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밝혔다. 검수사격이란 생산 배치되는 미사일을 무작위로 골라 품질을 검증하는 시험 발사를 뜻한다. 화성-12형의 실전 배치가 임박했음을 확인한 셈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국방과학원과 제2경제위원회를 비롯한 해당 기관의 계획에 따라 지난 30일 지상대지상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검수 사격 시험이 진행됐다"라며 "검수 사격 시험은 생산장비되고 있는 지상대지상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선택검열하고 전반적인 이 무기체계의 정확성을 검증하기 위한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방과학원은 생산되는 화성-12형 무기체계의 정확성과 안전성, 운용 효과성을 확인했다"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이날 이동식발사차랑(TEL)에서 화성-12형이 발사되는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이어 "국방과학원은 주변 국가들의 안전을 고려하여 우리나라 서북부지구에서 조선 동해상으로 최대고각 발사체제로 사격시험을 진행했다"면서 "국방과학원은 미사일전투부에 설치된 촬영기로 우주에서 찍은 지구화상자료를 공개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지난 17일에도 힘북 화대군 무수단리 앞바다의 무인도에 쏜 '북한판 에이테킴스(KN-24)'가 검수 사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북한이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 동해상으로 중거리 탄도미사일 한 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이 고각(높은 각도)으로 발사한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800km, 정점 고도는 약 2000km로 탐지됐다. 30~45도의 정상각도로 쏠 경우 최대 사거리가 4500~5000km로 추정된다.
우리 군은 사거리 3000~5500km의 탄도미사일을 중거리미사일로 분류하지만, 북한은 이를 중장거리 미사일로 표현한다.
평양에서 미국령 괌까지의 거리가 약 3400km인 것을 고려하면 미국 영토를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실전 배치한 셈이다.
북한이 중거리급 이상의 탄도미사일 실험을 한 것은 지난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5형을 발사한 이후 처음이다.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2017년 9월 화성-12형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화성-12형은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넘어 3700km를 비행한 뒤 북태평양 해상에 낙하했다.
지난 2017년 5월에도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이번처럼 최대 고각으로 사거리를 줄여 화성-12형을 시험 발사했다. 이후 같은 해 8월 '괌 포위사격'을 위협한 데 이어 8월 29일과 9월 15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잇달아 정상각도로 미사일을 발사해 괌에 대한 타격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시험 발사에 김 위원장이 참관했다는 언급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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