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 후보들이 '네 탓' 핑퐁만 하다가 설 밥상머리 민심을 가늠할 기회를 걷어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간 토론 방식을 둘러싼 공방 끝에 양자 토론이 무산돼 양측 모두 책임론을 비롯한 '후폭풍'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성일종 국민의힘 토론협상단장은 31일 "민주당 협상단은 오지 않았고, 박주민 단장은 연락이 없었다"고 했다.
성 단장은 이날 오후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료 없이 하는 토론'을 고집하고 있는데 도대체 자료 없이 하는 후보 토론이 전례가 있나. 왜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리는 것이냐"며 이같이 말했다.
성 단장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후보자 토론회 관리 규정' 제9조에도 '토론자는 토론회에 A3 용지 규격 이내의 서류·도표·그림·그 밖의 참고자료를 사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라며 "규정상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이 후보가 무슨 명분으로 막겠다는 거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토론회에서 또 말재주를 부릴 때 정확한 팩트를 제시하며 반박해야만 진실을 밝힐 수 있다"라며 "'자료 없는 토론'을 끝까지 고집하는 것은 곧 이 후보가 이번 양자토론에서도 거짓말로 일관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날 세워 비판했다.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도 "자료 지침을 봉쇄하는 것은 토론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다만 오는 3일에 예정된 '4자 TV토론'에 대해서는 "4자 토론은 이미 수용했고 황상무 특보가 방송국과 실무토론을 마쳤다"고 했다. 양자 토론은 무산됐지만 4자 토론 참석에는 이견이 없다는 것을 재확인한 셈이다.
민주당 측이 윤 후보를 향해 '자료를 숙지해서 '무(無)자료'로 하자'고 한 것에 대해선 "(이 후보의) 범죄와 관련된 행위와 관련된 자료를 갖고 갈 것이고 그렇지 않은 자료는 윤 후보가 안 가지고 갈 것이다. 그걸 왜 갖고 가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꼭 해야 할 말이 있고 본인이 메모할 수 있는 것이다. A4 메모를 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양측은 전날만 해도 국회에서 두 차례 회동하며 이견을 조율했다. 협상이 무산된 결정적 계기는 '자료 지참'을 두고 벌어진 이견이다. 양측이 뚜렷한 방안 제시 없이 '네 탓' 공방만 벌여 설 전 국민 피로도만 높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어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윤 후보 측이 주장한 요구를 수용한 만큼 국민의힘 측이 토론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논평을 내고 "이 후보는 국민의힘이 제안한 '주제 없는' 토론을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했다. 지금까지 윤 후보가 요구한 모든 조건을 전부 수용한 것"이라고 했다.
고 대변인은 "윤 후보 측이 자료반입을 요구하며 손바닥 뒤집듯 자신이 한 말을 바꿨다"라며 "차라리 '삼프로TV'에서 밝혔던 것처럼 정책토론은 할 생각이 없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라"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도 "주제 없이 (토론을) 하자고 해서 동의하는데 자료를 들고 와서 무슨 검사 심문하듯이 써준 거나 읽으려고 하는 토론은 의미가 없다"고 성토했다.
성 단장이 전날 자정까지 기다렸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일방적인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권혁기 민주당 공보부단장도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사실상 (토론) 무산 선언을 자기네가 하려나 본다"라며 "저쪽(국민의힘)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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