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돕기 위해, 금융권은 관련 연체기록을 없애주는 '신용사면'을 지난해 10월 시작했다.
반면 이 제도를 두고 우려가 제기됐다. 신용사면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정부 구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신용관리를 성실히 해온 사람들과 역차별 문제가 불거졌다.
◆금융사에서 빌린 돈 못 갚으면 수년 간 연체기록 남아
통상 은행이나 카드사, 캐피털 등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후 갚아야 할 시점에 갚지 못하면 연체기록이 남는다. 추후 연체된 돈을 갚아도 연제 기록은 남는다. 금융권에 따르면 연체 90일 미만 시 갚은 날로부터 3년간 보존되며 연체 90일 이상 시 갚은 날로부터 5년간 보존된다.
연체 기록은 금융사와 신용정보회사에 공유돼 신용점수를 매기는 기준이 된다. 과거에는 신용등급을 매겼지만 현재는 신용점수제로 개편됐다. 신용점수가 내려가면 신규 대출, 카드 발급이 거절될 수 있다. 또 대출 금리가 오르고 한도가 낮아지는 등 불이익이 발생한다.
문제는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발생했다. 코로나 팬데믹 장기화로 경제적 어려움이 늘어나면서, 대출 연체 등으로 인한 채무조정 신청 역시 급증했다.
◆정부가 꺼내든 ‘신용사면’…2000만원 이하 연체가 대상
이에 정부는 소액 연체자가 올 연말까지 전액 상환하면 연체 이력을 금융사 간 공유하지 않도록 신용회복지원을 꺼내 들었다. 대출을 연체했더라도 이 기간 안에 전액 상환하면 금융권이 연체 이력을 공유하지 않고 신용평가에도 활용하지 않는 것이다.
이 제도의 대상자는 지난해 1월1일부터 올 8월 31일 사이에 2000만원 이하의 연체가 발생한 개인 및 개인사업자가 대상이다.
여기에는 대출금 연체 및 대위변제·대지급도 포함됐다. 대위변제·대지급은 본인의 채무를 다른 사람이 대신 갚아주는 것을 말한다.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에서 대출이 안 될 경우 신용보증 기관에서 보증을 받아 돈을 빌리는데, 연체되면 보증보험회사에서 대신 납부를 해준다. 대신 본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게 된다. 이때 해당 연체정보도 금융사와 신용정보회사에 공유된다. 대위변제·대지급 연체자도 신용회복지원 기간 내에 상환하면 연체 기록 공유가 되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일부에서 우려가 제기됐다. 빚을 갚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정부의 구제에만 기대려는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또 성실하게 신용점수를 관리해온 사람들과 역차별 문제도 제기됐다.
정부는 이 같은 지적에는 공감하지만 우선 자금 상황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금융당국은 신용회복 지원방안이 시행되면 개인대출자를 기준으로 약 230만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정했다.
◆“상환완료 211만3000명 연체 정보 공유 제한”
이 제도로 실제 2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혜택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신용정보원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중 연체가 발생한 개인 243만8000명 중 지난해 말까지 상환을 완료한 211만3000명의 연체 이력 정보 공유가 제한됐다.
같은 기간 연체가 발생한 개인사업자 17만2000명 중 16만8000명에게도 같은 조치가 취해졌다.
신용정보원은 “지원 대상자가 카드를 정상적으로 발급받거나 은행권 대환대출 등을 통해 저금리에 대출받을 기회가 확대됐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연체자가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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