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오징어게임' 황동혁 감독이 말하는 전 세계인들이 '오징어게임'에 열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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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2-02-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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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은 한국을 전 세계에 알린 콘텐츠 중 하나다. '오징어게임'의 1번 참가자 오일남 역을 맡은 오영수 배우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받는 등 전 세계에서 상을 휩쓸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은 한국에서 특별한 상을 받았다. 한국의 이미지를 높인 것을 인정받아 한국이미지상을 수상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넷플릭스]


Q. 감독님, '오징어게임'이 세계적 흥행에 성공했잖아요. 그런데 솔직하게 이렇게까지 흥행에 성공하리라고 생각하셨어요? 

A. 나름대로는 미국 유학 시절부터 꼭 제가 만든 작품으로 미국에서 꼭 한 번 영화가 됐든 드라마가 됐든 정상에 서 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요. 이 작품을 만들 때 솔직히 한국 작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차트에서 1등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그런 목표와 꿈을 가지고 만들기는 했어요. 그렇다고 이 정도까지 역사적인 성공작이 될 거라고는 감히 생각을 못했습니다.
 
 
Q. 전 세계인들이 이렇게 역대급으로 열광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A. 저 나름대로는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 또 한국 정서에 가장 맞는 이야기를 전 세계의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서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그런 마음으로 만들었거든요. 한국의 게임들 중에서도 세계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아주 단순하고 귀여운 게임들로 골랐고요. 그런 게임들이 동시에 어떻게 잔인한 게임이 될 수 있는가를 이 현실사회에 빗대서 표현을 해 보았습니다. 아주 개인적이고 한국적인 것들이 현재의 전 세계적인 현실과 맞아떨어지면서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이 신선하기도 하고, 보편적이기도 한 작품이 되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Q. 감독님의 경우에는 매 작품마다 장르에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도가니'라든가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등 코미디에서부터 사극까지요. 매번 감독님께서 이렇게 다른 장르에 도전하시는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개인적으로는 싫증을 잘 내는 성격이라 한 작품, 한 장르를 하고 나면 그것과 비슷한 것은 별로 다시 안 하고 싶어지는 그런 성격이 좀 있고요. 한 작품을 만들 때마다 제 인생의 큰 세월과 노력을 걸고 하는 것이라서 그것에 걸맞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마음들이 있습니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작품마다 장르와 색깔을 바꿔가면서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다음에는 어떤 장르에 도전하고 싶으세요? 

A. 현재 구상하는 장르 중에는 미래물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과거의 이야기도 해봤고 지금 현재에 일어날 법한 엉뚱한 이야기도 해봤고 다음에는 근미래 20~30년 안에 우리에게 닥쳐올 일들을 가지고 사회성 있는 드라마를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Q. '오징어게임'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이건 정말 예상 외로 너무 힘들었다’ 하는 그런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A. 제가 아무래도 영화만 만들어 온 영화감독이다 보니까 2시간짜리를 만드는 데 익숙해져 있던 사람이라서 이렇게 9개짜리 에피소드를 모두 쓰고 만든다는 일이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작품 자체가 쉬운 작품이 아니고 규모가 큰 장면들이 너무 많은 작품이어서 현장에서 완성도를 올리기까지 과정이 매일매일 다 힘들었습니다. 이러한 호흡이, 영화감독으로서는 따라가기 힘든 벅찬 일이었기 때문에 2년여의 시간이 걸렸었고요. 대본을 쓰는 것부터 시작해서 전 과정이 다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Q.  '오징어게임'에 대한 아이디어를 처음 가지셨을 때가 2008년이라고 들었거든요. 그리고 지금 10년이 넘게 지난 후에야 실현, 즉 제작을 하셨는데 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었잖아요. 가장 처음에 생각하셨을 때와 지금 사이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넷플릭스라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등장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이런 서비스가 없었고 처음 기획을 할 당시에는 두 시간짜리 극장용 영화로 계획을 했었거든요. 방송국에서는 이런 작품을 시리즈나 드라마로 내보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검열이나 여러 가지 심의 문제 때문에 당시에는 이걸 만들 수 있는 매체가 영화관밖에 없었는데, 10여년이 지나고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로 전 세계에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된 것이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그 덕에 이렇게 '오징어게임'을 시리즈로 만들어서 사랑받을 수 있었습니다.

작품 외적으로는 처음 이 작품을 썼을 때만 해도 '너무 황당한 이야기다', '말이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10여년 사이 세상이 점점 더 살기가 어려워지고, 빈부의 격차가 더 심해지고, 월가에서는 99%의 1%에 대한 시위도 일어났고, 부동산값이 급등하고, 가상화폐에 돈이 많이 몰리고, 투기 열풍이 일어나고,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오는 등 일련의 전 지구적인 변화가 '오징어게임'이 더 이상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 현실에서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은 인식을 갖게 한 것 같습니다. 그런 변화들이 이 작품의 성공 계기를 만들어준 것 같은데, 이것이 두 번째로 큰 변화였다고 생각합니다.
 

Q. 기존 드라마가 매끄럽다고 한다면, '오징어게임'은 매끄럽지 않고 사람들을 전혀 다른 상황으로 몰고 가고 전혀 다른 패턴을 보여줬기 때문에 사람들로 하여금 파격이라고 생각했어요. 더군다나 아까 조금 전 말씀하셨지만 검열도 없잖아요. 

A. 그 얘기를 들으니까 떠오르는 말이 있는데요. 이번에 미국에 가서 할리우드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그들이 가장 놀라워했던 점은 팬데믹 이후로 한 2년간 사람들이 너무나 우울한 시기를 보내왔기 때문에 영화든 시리즈든 콘텐츠 자체가 그런 걸 잊게 해줄 수 있는 밝고 희망찬 작품들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작품들을 기획하고 만들어왔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오징어게임'같이 우울하고 폭력적이고 파격적인 작품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보면서 그들이 잘못 생각했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말을 들었어요.

오히려 현실을 잠깐 잊게 해주고 꿈과 행복감을 주는 콘텐츠가 흥행 코드라고 생각하는데, 보는 사람들이 작품을 보면서 자신이 얼마나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느냐, 작품 안의 세계관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이 시기는 느닷없이 밝은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겪고 있는 공포와 우울감을 더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해주는 작품이 어떻게 보면 더 와 닿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런 작품에서 깨달음을 얻고 위안을 얻을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Q.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다음에 감독님께서는 전에 계속 영화를 만드셨고 제가 알기에는 '오징어게임'이 첫 드라마 연출작으로 알고 있는데 맞습니까?

A. 네. 맞습니다.
 
 
Q. 그러면 영화 제작했을 때와 드라마 제작할 때의 차이가 무엇인가요?

A. 일단 분량이 너무나 차이가 많이 나고요. 써야 하는 양도 많고, 찍어야 하는 양도 많고, 쓰는 에너지와 시간이 영화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제일 큰 차이로 제가 생각했던 것은 이 시리즈는 중간에 끊어지면 끝장이기 때문에, 이거를 ‘클리프행어’라고 하는데, 매회 끝 다음 회를 볼 수 있을 만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설정을 하나 넣어서 엔딩을 잘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작품을 만들기 전에 해외 유명한 시리즈를 보면서 이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공부도 했습니다. 다음 회를 이어보지 않고는 못 견디게 만들 만한 엔딩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아마 그런 지점이 차이가 아닐까요.
 
 
Q. 솔직히 말씀 드리면, 요즘은 TV로 중간에 스톱을 하고 다시 볼 수 있는데도 계속 보느라고 화장실도 못 가고 참았습니다.

A. 영어로 ‘빈지워칭’이라고 하는데 '오징어게임'이 빈지워칭을 가장 많이 했던 작품으로 아마 넷플릭스에서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 번에 본 사람들의 숫자가 굉장히 많은 작품으로요.
 
 
Q. 2020년에 코로나가 한창일 때 찍으셨을 것 같은데, (공개는) 2021년 8월이잖아요?

A. 촬영은 2021년 1, 2월에 끝났습니다. 2020년 5월에 시작해서요.
 
 
Q. 그러면 코로나로 인해서 촬영에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코로나로 인해서 촬영이 더 어려웠나요?

A. 코로나 때문에 촬영이 어려웠죠. 기본적으로는 장소 협조에서 병원, 관공서, 공원, 지하철역 등에서 촬영 허가를 얻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규제가 많아서 고생을 많이 했고요. 일주일 이주일씩 촬영이 중단되면 수십억원에 달하는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 힘들고 조심스럽게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그 당시 2020년 9월에 확진자가 하루에 300명 정도가 나왔을 때,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고 해서 넷플릭스에서 한 달 동안 촬영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려서 촬영이 중지되기도 했습니다.
 
 
Q. 몰랐네요. 그런데 지금은 확진자가 더 많은데 어떡하죠?

A. 지금은 만 명이 넘는 숫자가 나오는데 사실 지금 생각하면 300명 때문에 촬영을 한 달간 스톱했다는 게 웃기는 일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상황이 좋아져야 하는데 2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게 안타깝습니다. 낙관적으로 보는 과학자들의 견해처럼 오미크론이 점점 더 광범위하게 퍼지지만 약화되는 그런 변이로 기록이 되어서 토착 독감 수준으로 내려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Q. 제가 또 궁금한 것은, '오징어게임'은 CG를 최소화하고 세트를 대부분 실제 크기로 제작해서 촬영하셨잖아요. 그런데 요즘 CG 기술이 굉장히 발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CG 기술을 많이 이용하는데 감독님께서는 실제 대규모의 세트를 사용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A. CG를 하게 되면 배경을 확장시키기는 좋지요. 그러나 인물들이 움직일 수 있는 실제 공간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살리고 싶어서 최대한 인물들이 실제 사이즈에서 움직일 수 있는 만큼의 세트를 제작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큰 공간으로 설정이 되어 있는 것이라 보시는 거의 모든 컷에 또 CG가 들어가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CG가 없는 컷이 거의 없을 만큼 CG가 들어가 있습니다. 그 세트로도 메울 수 없는 모든 공간들을 CG로 확장시켜주고 메워준 것이라서 CG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거의 모든 컷에 또 CG가 들어가 있는 그런 작품입니다.
 
 
Q. 그리고 영상미와 색채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자면, 감독님이 색채를 계단이니 뭐 하나하나 다 설정하신 거예요? 물론 영상 미술감독도 있으시겠지만 감독님이 어디까지 관여하신 건가요?


A. 제가 대본을 쓸 때부터 결정되어 있었던 것들도 있고요. 작품 회의를 하면서 의상감독님, 미술감독님, 촬영감독님 다같이 모여 미술 회의를 가장 많이 했던 거 같긴 해요. 의상 디자인과 색상들, 가면 디자인들, 각각 세트와 디자인 색깔들 이런 것들을 수십 차례 미술 회의를 거쳐서 결정했습니다. 제 아이디어가 사용된 것들이 많지만 미술감독님과 의상감독님의 아이디어도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Q. 이 시점에서 여쭤보고 싶은 건 감독님이 영화감독이 되고자 생각했을 때 스토리의 흐름 뿐만이 아니라 공간적인 것, 색채, 음악까지 다 생각하시고 그래서 이 길을 택하신 건가요?

A. 글쎄요, 이 길을 택한 이유는 그냥 무언가를 지어내고 만드는 일이 제일 즐겁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 무언가를 창작하는 일이 평생 할 일로는 오랫동안 즐겁게 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는 종합예술이라고 하잖아요. 연기, 대본, 연출, 음악, 미술, 조명, 촬영, 의상까지 그런 것들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작품들을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데, 작품을 만들 때 능력은 좀 부족하지만 그런 작품으로 만들어 보려고 매 작품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Q. '오징어게임'을 보면서 장면이나 대사마다 정말 우리의 현실이 잘 녹아 들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요. 특히 감독님께서 이 작품을 통해 알리고 싶었던, 말씀하고 싶었던 그런 어떤 면이 있나요? 

A. 꼭 한국 사회의 면이라기보다는요, 전 세계적으로 너무 힘든 상황으로 가고 있잖아요.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코로나가 그것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것도 다 아는 사실이고, 고령화 문제도 심각해지고, 지구 온난화 문제도 심각해지고, 출산율은 줄어들고 어떻게 보면 부족한 자원을 놓고 싸우는 경쟁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7화와 8화에 보면 주인공 기훈이 잠든 상우를 죽이려고 칼을 꺼낼 때 새벽이가 “아저씨 그러지마, 아저씨 그런 사람 아니잖아”라고 말을 합니다. 그 장면이 제가 이 작품으로 주고 싶었던 한디가 아닌가 생각해요.

경쟁이 심해져서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고, 누군가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서 승리를 하고 모든 것을 가지고 싶은 욕망을 부추기는 사회지만, 우리 가슴속에는 아직도 모두가 잘 살아야 한다라는, 누군가를 꼭 그렇게 죽이고 밟고 올라갈 필요가 없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그런 인간에 대한 믿음, 휴머니티에 대한 믿음 같은 것들이 남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남아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을 잃어가고 있을지도 모르는 우리 모두에게 ‘우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라는 말을 이 작품을 통해서 하고 싶었습니다.
 
 
Q. 넷플릭스에서 제작비를 투자해 준 덕분에 그래도 편안하게 촬영을 할 수 있었지만 '오징어게임'에 대한 지식재산권은 넷플릭스가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국내의 창작자로서는 어떤 부가가치에 대해서 생산할 수 없는 게 좀 안타깝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그래서 국가 차원의 K 콘텐츠에 대한 지원이나 육성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요? 아니면 국가 차원에서 지원이 있다면 어떤 지원이 가장 효율적이고 적절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프랑스에서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모든 것을 다, IP를 독점할 수 없게 하는 법안을 만든다는 얘기도 있더라고요. 지식재산권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드는 것이 국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냥 콘텐츠 산업 전반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자면, 국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꿈나무를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산업은 그 산업 자체가 잘 활성화되고 그 안에서 좋은 경쟁이 일어나고 선순환이 이뤄지면 발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결국은 계속해서 새로운 인력이 공급이 되고 동기부여가 되어야 또 인력들이 공급이 되는 거라서 이들이 해당 산업으로 들어올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교육 기관에 대한 후원 내지는, 정부 차원의 교육기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작가와 새로운 크리에이터들을 키울 수 있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끊임없이 지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디서 이걸 배울 수 있는지, 다들 또 너무 경제적으로 어려운 젊은이들이 많아서 그런 것들을 감당하기 너무 힘들어하니까 그런 분들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더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Q.  '오징어게임'의 대사를 보면 언어의 유희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는데요. 아시다시피 선물시장 얘기하면서 gift라는 그런 것도 있고요. 이러한 재미를 외국인 시청자들이 우리처럼 그렇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래서 자막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이번 작품을 통해서 특히 한국을 넘어서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특히 이 부분만큼은 자막번역에 신경을 써서 잘됐으면 하는 부분들이 있는지요?

A. 어떻게 해도 잘 번역이 안 되는 부분들이 있기 마련인데요. '오빠'라든가, '형'이라든가 이런 표현들은 사실 어떻게 해도 서구권 언어를 쓰시는 분들에게는 정확히 전달되기 힘든 말들입니다. 더빙도 마찬가지고 자막도 더욱 신경을 써주셔야 하는 부분입니다. 더 좋은 한국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한국 콘텐츠들이 더 많이 알려지면, 예를 들면 영어에서 “Hey Bro” 이런 식의 말들이 우리에게 그냥 자연스럽게 그 자체로 이해되는 것처럼, 형이나 오빠라는 그런 호칭들도 그냥 형 오빠로 그대로 표기를 해도 그냥 ‘아 여기서 이런 뜻으로 쓰지’ 그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는 그런 시절이 오겠죠. 오빠를 따로 번역할 필요 없이 그냥 oppa로 번역을 해도 ‘아 저 한국 사람들이 오빠라고 하는 어린 여자가 나이 많은 남자를 부를 때 쓰는 친근한 표현을 쓰는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인식될 수 있는, 차라리 아예 그런 콘텐츠로 밀어붙여서 그런 말 자체가 고유명사처럼 쓰일 수 있는 그런 시절을 만들고 싶은 게 더 큰 바람입니다.

Q. '오징어게임'이 세계 1위를 48일간 100여개국에서 달성했는데요. 그 때 가장 고맙고, 그런 쾌거를 접하셨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누구인지, 누가 제일 고마웠는지요? 너무 많으시겠지만 한 분을 꼽는다면요? 

A. 어머님이죠.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가 진짜 힘들게 저를 키워오셨는데 제가 영화를 한다고 했을 때도 어머니께서 말리지 않고 오히려 서포트해주셨습니다. 제가 이 길을 걸어오는 과정의 어려움들이 좀 있었는데 한번도 저를 채근하지 않으시고 끝까지 저를 믿고 지켜봐 주신 분이라서 항상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이 어머님이고 항상 감사드리는 분이 어머님입니다.
 
Q. 감독님 작품, '오징어게임'에서도 그렇고 매 회마다 한국적인 요소들이 많이 녹아 들어 있었기 때문에 그 작품을 감상한 외국인 시청자들이 알게 모르게 우리 문화에 대해서 더 알게 되고 더 빠져들게 되고 또 우리 문화를 배우려는 그러한 열정의 자극이 되는 것 같은데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또 한국문화대사로서 앞으로 이에 대해서 특별히 감독님께서 갖고 계시는 포부나 목표가 있나요?

A. 사실 창작하는 사람이 무엇인가를 너무 큰 무게와 사명감을 가지고 대의를 생각하게 되면 경직되는 경향도 있는 것 같아요. 그냥 만들고 싶은 것들을 자유롭게 최선을 다해서 원하는 방식대로 만들어갈 거고요. 다만 하나의 작품이 얼마나 크게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이 작품을 통해 깨닫게 되어서, 무의식적으로 그런 사명감 같은 것들이 작품을 만들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제 마음속 기저에 자리를 잡은 것이 조금씩 영향을 주지 않을까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이미지디딤돌상을 수상한 황동혁 감독(왼쪽)과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소 최정화 이사장. [사진=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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