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 미국 교포 선수, 미국 선수, 사우디 선수가 오묘하게 한 조를 이뤘다.
케빈 나는 김비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거야.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말했다.
김비오는 끄덕였다. 케빈 나, 미컬슨과 함께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이 떨어진 곳으로 출발했다. 찰나의 순간. 언덕을 넘던 김비오의 캐디가 넘어졌다. 그 모습을 본 미컬슨이 "괜찮냐"고 물었다. 걱정이 가득한 어투로다. 캐디는 곧장 일어나서 "괜찮다"며 답했다.
두 번째 샷 상황. 케빈 나의 공은 그린 둔덕에서 굴러 내려왔다. 김비오의 어프로치는 짧았다. 미컬슨은 깃대에 붙였고, 알물라는 깃대를 훌쩍 넘겼다.
그린 위에서 선수들은 적응에 들어갔다. 11번 홀 티잉 그라운드가 비자, 퍼팅 연습을 멈추고 걸어갔다.
짧은 파3 홀. 미컬슨이 먼저 티샷을 했다. 날아간 공은 그린에 안착했다. 케빈 나의 공은 그린 왼쪽 벙커로 날아갔다. 홍해에서 불어오는 해풍이 높이 뜬 그의 공을 왼쪽으로 밀었다.
다시 시도한 티샷도 약간 왼쪽으로 향했다. 김비오가 짧은 호흡과 함께 공을 날렸다. 낮고 아름답게 날아갔다. 완벽한 안착. 미컬슨과 케빈 나, 알물라의 입에서 '굿샷'이 터졌다.
환한 미소와 함께 농담을 주고받으며 그린으로 향했다. 선수들은 가볍고 즐겁게 연습 라운드를 마쳤다. 이후 미컬슨과 알물라는 드라이빙 레인지로, 김비오와 케빈 나는 연습 그린으로 향했다.
먼저 만난 김비오의 캐디에게 부상 여부를 물었다. 그는 "멀쩡해요"라며 웃었다.
김비오에게는 오늘 하루를 물었다. 그는 환한 미소와 함께 "연습 라운드를 하지 않으려 했는데 케빈 나가 '좋은 기회가 있다'며 권유했다. 싱가포르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기억해 줘서 정말 고마웠다. 기분 좋았던 하루"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장면이 가득한 이곳에서 2월 3일(한국시간)부터 6일까지 나흘간 PIF 사우디 인터내셔널 파워드 바이 소프트뱅크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스(총상금 500만 달러·약 59억원)가 열린다.
이 대회는 사우디 오일 머니(석유 자본)로 주목받았다. 프리미어 골프 리그(PGL) 혹은 슈퍼 골프 리그(SGL)가 사우디에서 창설될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PGA 투어는 소속 선수의 출전을 제한하려다가, 조건을 걸어 허용했다. DP 월드 투어는 지난 3년간 했던 대회 주관을 포기했다.
주관을 이어받은 곳은 아시안 투어다. 향후 10년간 주관을 맡았다. 2022~2023시즌 개막전이자, 대표적인 대회(플래그십 이벤트)로 선정됐다.
이날 김비오가 포함된 조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 함께 성장하고, 상생하는 일종의 연대다.
아시안 투어는 이날 '인터내셔널 시리즈'를 발표했다. 이 시리즈는 그렉 노먼이 CEO로 있는 리브 골프 인베스트먼츠의 투자금으로 운영된다. 향후 10년간 총 3억 달러(약 3600억원) 규모다. 매년 10개 대회를 아시안 투어에서 개최한다.
조 민 탄트 아시안 투어 CEO에게 다른 투어와의 관계를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보는 바와 같이 다양한 국적과 투어의 선수들이 골프를 즐기고 있다. 우리의 등장으로 PGA 투어의 상금이 늘었고, 유러피언 투어가 DP 월드 투어로 변경됐다. 전 세계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시리즈 개최지에는 한국도 포함됐다. 한국 골프 팬들과 시리즈로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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