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아주경제와 만난 유진하님은 CJ ENM 조직문화혁신팀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세대) 직원이다. 매주 금요일 오후 네 시간 동안 사무공간 밖에서 자율적 외부 활동을 하게 하는 'B.I+(비아이 플러스)'를 기획하는 등 CJ ENM 근로 문화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고 있다.
CJ ENM은 출범 초기부터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위해 직급 대신 '님' 호칭을 사용하고, 지난 2017년부터 2주 4시간 사무실 밖 근로(B.I) 제도를 운영하는 등 근무 환경을 과감하게 혁신해왔다. 최근에는 일하는 방식을 전면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는 "B.I제도가 B.I+로 확대되면서 동료들 사이에서 무엇인가 새롭게 해봐야겠다는 분위기가 생겼다. 영어를 배워야겠다는 사우도 있었고, 필라테스를 해봐야겠다는 동기도 있다"며 "B.I+제도가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서 제도를 기획한 담당자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제주 소재 거점오피스 'CJ ENM 제주점'을 열고 모든 직장인들의 꿈인 '제주도 한 달 살기'를 지원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도입도 생산성이 저하될까 주저하는 기업이 많지만, CJ ENM은 앞장서서 워케이션(workcation·원하는 곳에서 업무와 휴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새로운 근무제도) 문화를 만든다.
그는 "제주 거점오피스 파일럿 참가자의 대부분이 업무 효율과 생산성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향상된다는 반응이었고, 참여한 임직원 소속 부서 리더들도 업무 생산성 유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업무공간 전환에서 오는 리프레시, 그로 인한 창의적 사고와 업무 집중도 향상, 타 조직의 구성원들과의 교류와 유대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공통적인 평가"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CJ ENM은 트윈시티 남산, 일산 빛마루, 동대문 제일제당센터, 용산 CGV 등 거점 오피스를 확대한다.
MZ세대 직원들이 주류가 되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지만, 네 시간 자면 붙고, 다섯 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사당오락(四當五落)'이라는 말이 아직도 쓰일 만큼 한국 사회에는 진득하게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는 사람이 효율성도 높다는 편견이 팽배하다. CJ ENM 또한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을 넘어, 글로벌 콘텐츠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최고의 인재가 일하고 싶은 회사로 탈바꿈하고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그는 "지난 2017년 B.I제도 시행 당시 회사 차원에서도 새롭고 도전적인 시도였지만, 임직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도입했다. 제도 시행 후 5년 동안 사무실 근무시간 단축을 통한 생산성 저하의 지표는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외부에 자랑할 만한 제도로 꼽히면서 우수인력 유치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로시간과 생산성에 관한 많은 문헌 자료를 찾아보고 글로벌 기업의 근로시간제도를 분석했다. 사례를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이 생산성 저하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고, 오히려 생산성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며 "이러한 수치적인 결과와, 혁신성장을 달성하고자 하는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로 이런 과감한 '문화 혁신 실험'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