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치볼 너무 늦게 치워"…연준 매파 변신에도 비판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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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2-02-0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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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월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 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연준의 행보가 더욱 적극적이 돼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유명 경제 칼럼니스트인 마틴 울프는 1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셔타임스(FT)에 "연준은 펀치볼을 치우기에는 이미 늦어버렸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펀치볼은 파티에 나오는 음료수로 통화완화정책을 의미한다. 즉, 연준은 최근 매파적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인플레이션 해소에는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울프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지 여부는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면서 "지금처럼 완화적 환경에서는 가격 충격은 노동자와 제조업체들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쉽게 경제 전반으로 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향후 일부 품목의 가격이 안정되고, 혹은 떨어진다고 할지라도 인플레이션은 쉽게 진정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연준의 정책이 여전히 완화적인 편이기 때문에 자산 가격의 상승세는 한동안 계속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마틴은 전망했다. 매파적인 발언이 나오기는 했지만, 연준은 아직 유동성 파티를 끌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연준은 긴축으로 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완화적인) 정책이 과연 인플레이션 확산을 막고 경기침체 없이 기대를 충족시켜 나갈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비판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앞서 1980년대 연준 이사를 지낸 바 있는 로버트 헬러는 지난달 말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은 근성(backbone)도 배짱(gumption)도 없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헬러는 연준이 너무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지금은 연방기금 금리가 2%이거나 그보다 약간 더 높은 수준까지 돼야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연준이 공급한 유동성이 주식과 주택시장, 생산자와 소비자 물가 및 임금에 순차적으로 반영됐다면서, 파업 선언과 노조 협상이 더욱 많아지기 때문에 경제가 장기적 인플레이션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연준에서는 아직 3월 이후 금리인상과 관련해 명확한 로드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 1일 연준의 관료들은 향후 인플레이션과 코로나19 확산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금융가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상 시기를 5~7회까지 전망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3월의 기준금리 인상은 명확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행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오미크론 상황과 경제 데이터 등을 봐야 향후 상황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토머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 총재 역시 "중립적" 입장이라고 CNBC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인플레이션의 추이를 먼저 살펴야 한다고 바킨 총재는 설명했다. 

바킨 총재는 "우리는 공급망 문제가 언젠가는 완화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것이 가격을 낮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다만 우리는 임금 인상으로 서비스 분야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이 지난해보다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은 연준의 행보를 더욱 조심스럽게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애틀랜타 연은총재인 라파엘 보스틱은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매우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며, 우리의 첫 움직임에 경제가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 역시 점진적 금리인상을 지지하는 입장을 냈다. 조지 총재는 연설에서 "예상치 못한 정책 변화로 경제 전체를 놀라게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수준이 너무 높으며, 연준이 완화적 정책 철회를 하기 위해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지 총재는 "지난 2년 동안 9조 달러에 가깝게 두배 이상 증가한 대차대조표를 줄이고, 제로 금리에 가까운 연방기금금리 목표를 높이는 것은 복잡한 과정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불확실성도 연준이 과거와 같은 지침을 제공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제 지표는 혼재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요 금융기관들은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을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1분기 GDP 전망을 2%에서 0.5%로 낮췄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분기 GDP 전망을 4%에서 1%로 크게 낮춰 잡았다. 오미크론의 영향과 재정부양책 둔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아직 경제지표는 양호한 모습을 보인다. 공급관리협회(ISM)는 1일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7.6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월 기록한 58.8에서 하락한 것이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57.4는 소폭 웃돌았다. 미국의 제조업 PMI는 2020년 4월 위축세를 보인 이후 20개월 연속 확장세를 유지했지만, 수치는 지난해 10월 60.8을 기록한 이후 3개월 연속 떨어지고 있다. 지수는 50을 기준으로 50을 웃돌면 경기가 확장 국면임을, 50을 밑돌면 위축 국면임을 시사한다. 

미국의 지난해 12월 채용공고(Job openings)가 역시 전월보다 늘어나면서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 노동부 구인·이직 보고서에 따르면 12월 채용공고는 1090만 건으로 전월보다 늘었다. 채용 공고는 숙박과 식품 서비스 등에서 13만3000건이 늘어났으며, 정보에서 4만건이 증가했다. 비내구재 상품 제조와 지방 정부 교육에서도 각각 3만1000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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