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찬스로 1억원 아파트 '집중 쇼핑'…이상거래 570건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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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2-02-0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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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인 명의신탁, 미성년자 편법증여 등 위법의심거래 570건 적발

서울 용산에서 바라본 다세대·연립주택 밀집촌 모습[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 A씨는 본인과 부인, 친형 이름으로 산 저가아파트 32채를 자신이 대표로 있는 법인에 팔면서 대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소유권을 이전한 뒤에는 단기간에 모두 팔아 시세차익을 챙겼다. 국토교통부는 법인 앞으로 명의를 돌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한 명의신탁으로 보고 있다. 

#미성년자 B씨는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지방 저가 아파트를 12채나 갖고 있다. B씨는 갭투자, 즉 임대보증금을 승계하고 차액(매매가-전세가)만 지불하는 방식으로 집을 사들였다. B씨가 내야 하는 차액은 모두 B씨 아버지 계좌에서 나갔다. 국토교통부는 B씨 일가가 편법증여를 시도했다고 보고 세무조사를 위해 국세청에 이를 통보했다.

다주택자 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법인 명의로 지방의 1억원 미만 아파트를 수십채나 사들이는 등 투기가 의심되는 거래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 7월부터 작년 9월까지 전국에서 저가 아파트를 매수한 법인·외지인 거래 8만9785건 가운데 이상 거래로 분류된 1808건을 정밀조사한 결과 총 570건의 위법 의심 사례를 적발해 관계기관에 통보했다고 3일 밝혔다.

국토부는 재작년 '7·10 대책' 발표 이후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가 규제의 사각지대로 알려지며 다주택자의 투기 대상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작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 동안 대대적인 실태 조사를 벌였다.

적발된 유형과 건수를 통보 기관별로 보면 법인 명의신탁 위반 등으로 경찰청 통보 45건, 가족 간 편법증여 등으로 국세청 통보 258건, 소명자료 미제출 등으로 관할 지방자치단체 통보 322건, 대출용도 외 유용 등으로 금융위원회 통보 2건 등이다.

그간 일부 다주택자와 법인 등 투기 수요가 1억원 이하 아파트로 몰린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2020년 7·10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 취득세가 중과됐지만,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저가주택은 제외됐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조사 결과 2020년 7월 전체 아파트 거래의 29.6% 수준이었던 법인·외지인 거래 비중은 같은해 12월 36.8%, 지난해 8월 51.4%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기간 법인·외지인의 저가아파트 매수 거래에서 자기자금 비율은 29.8%, 임대보증금 승계금액 비율은 59.9%로 파악됐다. 통상적인 아파트 거래보다 임대보증금 승계금액 비율이 2배 이상 높았다. 더구나 단기 매수 매도한 경우 평균 보유기간은 129일에 불과했으며, 매도 상대방은 현지인(40.7%)이 가장 많았다. 

국토부는 이러한 점 등을 볼 때 일부 법인과 외지인이 저가아파트를 ‘갭투기’로 매집해 거래가격을 높이고, 단기간에 실수요자에게 매도해 높은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거래가액 중 임대보증금 비율이 높아 향후 집값 하락 시 ‘깡통전세’의 우려도 있는 것으로 봤다. 

지역별로 법인·외지인 매수가 집중된 지역은 충남 천안·아산(약 8000건), 부산·경남 창원(약 7000건), 인천·경기 부천(약 6000건), 충북 청주(약 5000건), 광주(약 4000건)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법인·외지인의 평균 매수 가격은 1억233만원으로 1억원을 살짝 넘겨 공시가격 기준으로는 1억원 미만에 해당됐다. 단기 매수·매도한 사례는 6407건으로, 평균 매매차익은 1745만원이었다. 이는  전체 저가아파트 거래 평균 차익(1446만 원)보다 20.7% 높은 수준이다.

이번 조사를 통해 적발한 위법의심거래 570건은 경찰청‧국세청‧금융위, 지자체 등 관계기관에 통보돼 향후 범죄 수사, 탈세․대출 분석, 과태료 처분 등의 후속조치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김형석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거래가격이 급등하면서 법인·외지인·미성년자의 매수가 많은 특이동향 지역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투기의심거래를 심층 조사할 예정"이라며 “일부 투기세력의 시장교란행위를 적극 적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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