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당국의 고심이 깊어지지만 여당은 이날 증액 규모(35조원)와 처리 시한(15일)을 못 박으며 본격적인 야권 압박에 나섰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추경 규모 증액을 위해 긴급재정명령권 발동 카드까지 꺼내 든 만큼 대선 추경을 둘러싼 여야의 손익계산이 한층 복잡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가 제출한 14조원 규모 추경안을 최소 35조원 규모로 증액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이달 15일 전 처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국민의 고통을 덜어드리는 일에 야당과 초당적으로 협력해나가겠다"며 야당에 대한 압박 수위도 높였다.
박완주 정책위의장도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는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문화예술인, 법인택시기사 등 자영업자 200만여 명이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증액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 후보가 최근 당선 시 긴급재정명령권 행사를 시사하며 추경 규모 증액에 힘을 실은 데 대해 발을 맞추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 역시 지난달 2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이번 추경은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하다"며 정부안에 대해 조속한 심의·의결을 요청한 바 있다. 다만 재정당국은 추경 증액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고 있어 국회 심의·의결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당장 국민의힘은 여당발(發) 국채 발행에 선을 긋고 "세출 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추경 증액을 둘러싼 논란이 장기화하면 고질병인 당·정·청 간 엇박자가 날 수도 있다. 지지율 박스권에 갇힌 이 후보는 14조원 규모 추경안을 의결한 현 정부를 때리며 차별화를 꾀한 상황이다.
한편 국회는 4일 기획재정위원회, 오는 7일 보건복지위원회 등 상임위원회별 추경안 심사를 진행한다. 이어 오는 7~8일 전체회의를 열고 김 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대상으로 종합정책질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15일 전 추경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방침이지만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가 우선이라며 대선 이후 처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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