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의 1월 자영업자(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이 300조원을 돌파했다. 가계대출 잔액은 8개월 만에 줄어든 반면 오미크론 확산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대출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종료가 3월 말로 다가온 만큼,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본격적인 소상공인 금융지원 종료 이후 대책을 논의한다.
5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1월 중기대출(개인사업자·정책 대출 포함) 잔액은 559조738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대비 6조2602억원이 늘었다.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개인사업자 대출만 따로 떼어보면, 301조4069억원으로 전월(299조7215억원)보다 0.6%(1조6854억원) 늘었다. 1년 전보다는 10.61%(28조9232억원) 급증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나서며 가계대출 증가율을 같은 기간 5.8%로 관리해왔던 것과는 상반된다. 5대 은행의 지난달 31일 가계대출 잔액은 707조6895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3634억원 줄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 신용대출의 경우 1월 설 상여금 유입 등으로 인해 전월 대비 지속적으로 감소했지만 소상공인 및 중소법인 대출금액은 증가세로 전환했다"면서 "코로나19 상황이 더 악화되며 경영, 영업에 제한이 심각해진데다 새해 투자 자금이 들어가면서 대출이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규제가 거세지자 은행들이 기업대출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선 영향도 있다. 은행들은 총량규제에 막혀있는 가계대출 대신 기업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정책을 시행해왔다. 정부의 금융지원 정책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정부는 대출 만기연장·이자 상환유예 조치를 통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 대한 대출을 지원해왔다.
문제는 금리 상승기 이자 부담과 오는 3월 금융지원 종료에 따른 리스크다. 자영업자 대출은 부채상환 책임이 전적으로 개인에게 있는 가계대출과 비슷한 성격이라 금리상승에 따른 채무부담을 개인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자영업자 차주의 14.6%가 대출잔액이 연 소득의 5배를 상회,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소득의 5% 이상을 추가적인 이자로 부담해야 한다. 또, 오는 3월 말 연장·유예 지원 종료가 재연장 되지 않으면, 자영업자의 부담도 덩달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소상공인 부실 대출 리스크를 주요 '회색코뿔소'로 꼽은 이유다. 눈앞에 닥친 재앙에 금융위원회는 당장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돌입한다. 금융위는 7일 비공개로 KB국민은행·신한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 등 금융기관의 중소기업 고위 담당자들과 함께 '소상공인 비금융 지원 방안'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또한 금융위는 다음 주부터 주요 시중은행의 여신 담당 임원(부행장급)과 비공개 면담도 진행한다.
금융기관들은 현재 운영 중인 비금융 지원 특화상품, 프로그램 현황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향후 운영 계획 등에 대해 당국과 의견을 나눈다. 이외에도 금융지주들은 당국 주문에 따라 지난해 역대급 실적에도 배당성향을 20% 중반대로 결정하고 대손충당금은 각 사별로 1000억~2000억원가량을 더 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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