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경제심서] 성장세 꺾인 대한민국 허리를 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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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
입력 2022-02-0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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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소기업 몰락 그대로 둘 것인가?

[사진=신세돈 교수 제공]

(1) 前 정부 때보다 훨씬 위축된 중소기업
 
강산이 변한다는 지난 10년 동안 중소기업, 즉 종업원이 300명 이하인 모든 개인과 기업은 크게 추락했다. 특히 제조업 중소기업 몰락이 심각했다. 제조업 생산을 보면 대기업 생산이 2012년과 2021년 사이 26.5% 증가하는 동안 중소기업 생산은 2.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소기업의 생산증가폭은 대기업의 11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서비스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 10년 동안 대기업 서비스업 생산은 31.7%로 늘었는데 중소기업 서비스업 생산은 19.4% 느는 데 그쳤다. 제조업보다는 다소 나은 편이지만 중소 서비스업 생산증가세는 여전히 대기업의 생산 증가세에 비추어 현저하게 낮다. 명목 GDP가 10년 동안 1440조원에서 1933조원으로 34%나 늘어나는 사이 중소기업 생산이 2.5% 증가하는 데 그쳤으니 중소기업은 심하게 정체된 셈이다.
 
중소기업 생산 몰락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더욱 두드러졌다. 2016년 말을 기준으로 볼 때 2021년 11월 대기업 제조업 생산지수는 21.5% 늘어났는데 그 사이 중소기업 생산은 오히려 0.9% 줄어들었다. 박근혜 정부 때에는 그렇지 않았다. 제조업의 경우 2012년과 2016년 사이 대기업 생산이 2.2% 늘었지만 중소기업 생산은 더 큰 폭인 3.1% 늘었다. 중소기업의 생산 위축은 박근혜 정부 때보다 문재인 정부 때 훨씬 더 컸다. 중소기업 일자리 창출도 박근혜 정부 때보다 문재인 정부 때 더 작다. 중소기업 일자리는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129만8000개 늘어났는데 문재인 정부 5년 동안에는 52만7000개 느는 데 그쳤다. 문재인 정부의 중소기업 일자리 창출 능력은 박근혜 정부 때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중소기업의 생산활동과 일자리 창출기회 위축은 부정할 수 없는 확실한 팩트다.
 
 
(2) 3040세대 일자리 소멸
 
일자리 위축 중에서도 3040세대 일자리 소멸문제는 특별히 심각하다. 3040세대 일자리는 이명박 정부 때 11만8000개 사라졌고 박근혜 정부 4년간 12만7000개가 없어졌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5년 동안에는 93만6000개나 소멸했다. 박근혜 정부나 이명박 정부 때 없어진 3040세대 일자리보다 일곱 배 이상이 문재인 정부에서 소멸된 것이다. 그 결과 총취업자에서 3040세대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5년 사이 47.4%에서 42.4%로 5%포인트 쪼그라들었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해도 3040세대 일자리는 무서운 속도로 없어진다는 점이다.
 
정부는 3040세대 연령층의 인구감소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2016년부터 2020년 사이 3040세대 인구는 72만7000명 감소했다. 그 추세대로 감소했다고 보면 2021년에는 2016년에 비해 90만 명 정도 감소했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없어진 일자리는 94만 개다. 인구 감소폭보다 일자리 감소폭이 약 4만 개 더 많다. 인구 감소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또 다른 변명은 코로나19를 들먹거리는 것이다. 그러나 3040세대 일자리 소멸은 코로나 위기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2016년과 2019년 사이 특히 40대 일자리는 33만 개나 줄어들었다. 3040세대 일자리 소멸은 오래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외면했다. 정부만 외면한 것이 아니다. 3040세대 일자리 문제의 원인이나 해결책에 관한 국책연구소의 연구결과도 찾을 수가 없다. 정부와 연구기관이 등을 돌린 사이 3040세대의 소득과 복지와 가정행복의 뿌리 일자리는 계속 소멸되었다.

 
(3) 3040세대 일자리 소멸의 원인
 
3040세대 일자리 소멸에 대해 언론은 정부의 고용 대책이 20대 청년이나 고령층에만 집중되면서 3040 세대 일자리 문제를 외면했다고 비판한다. 사실 그동안 정부 고용 대책은 지나치다 할 정도로 20대 혹은 60대 이상 고령층에 집중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가 그런 이유는 돈도 덜 들고 효과도 신속하게 나타나는 단기대책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시간이 소요되는 3040세대 일자리 대책을 쓸 의지나 능력이 정부에는 없었다. 3040세대 일자리 감소는 인구감소 원인 외에 정보화 및 자동화 등 고용대체 기술발달 때문에 나타날 수 있다. 정보화기술 발달에 따른 온라인 영업이나 플랫폼 영업에 따른 금융산업이나 유통업, 숙박, 여행 등 서비스산업의 고용감소가 좋은 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크고 심각한 원인은 기업의 경쟁력 도태에 따른 3040세대 고용소멸이다. 높은 인건비나 낮은 노동생산성 때문에 경쟁력을 잃은 중소기업이 국내에서 퇴출되거나 혹은 해외로 진출하면서 3040세대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졌다. 2005년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금액은 74억 달러에 불과했는데 2021년에는 여섯 배인 453억 달러로 증가한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4) 중소기업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3040세대 일자리 소멸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 지금까지 해온 작동하지 않는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중단하고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중소기업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첫째로 대한민국 경제정책의 중심을 중소기업 육성에 두어야 한다. 어떤 사람은 삼성과 같은 대기업을 여러 개 만들자고 하지만 가능한지도 의문일뿐더러 설혹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3040세대 일자리 문제가 해결될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대기업이라고 생산성이나 기술력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3040세대를 무턱대고 채용하지는 않을 것이고 또 삼성과 같은 국제적 대기업의 고용은 상당부분 해외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국내고용 창출효과는 제한적이다. 따라서 대기업을 몇 개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체 고용의 70% 이상을 창출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살아나야 3040세대 고용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다. 무엇보다도 중소벤처기업부와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통합한 가칭 경제산업부를 창설하고 예산을 파격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기획재정부 장관 대신 경제산업부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시켜야 한다. 그를 통해 여러 부서로 쪼개지고 흩어져 있는 중소기업 관련 기술개발혁신정책, 설비현대화 지원정책, 인력 교육 및 지원정책 등을 효율적으로 통폐합해야 한다.

둘째로 중소기업 지원 법체계와 제도를 대대적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 작동 중인 중소기업 지원 관련 법체계는 중소기업기본법을 중심으로 하여 중소기업진흥법, 기술혁신촉진법,기술보호지원법, 상생협력촉진법, 사업전환촉진법, 구매촉진 판로지원법, 인력지원특별법, 소상공인지원법 창업지원법 등 기능과 목적별로 잘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목표설정이 매우 추상적이고 구체성이 떨어지는 데다 관련 정부부처에 대하여 종합계획이나 기본계획과 같은 형식적인 계획수립 의무를 부과하고 관료 중심의 위원회 설치를 의무화시킬 뿐 중소기업 현장의 절실한 니즈와 요구사항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정책에 반영하는 체제가 매우 미흡하다. 작동하는 계획이 아니라 계획을 위한 형식적인 계획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에 더하여 각종 정책에 대한 효과를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체계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못하다. 중소벤처기업부나 산업통상자원부와 같은 각 부처가 여러 유사한 기업지원 정책과 제도를 경쟁적으로 도입하면서 비슷한 지원 프로그램이 중복 설치되고 재정지원 규모도 매우 작아 정책 성과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대단히 많았기 때문에 중소기업 육성이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셋째로, 중소기업 분류체계를 종업원 규모에 따라 중견기업, 중기업, 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로 구분하여 지원제도와 지원정책을 펼칠 것이 아니라 기업의 기술 정도에 따라 분류하여 지원정책을 차별성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AI나 빅데이터나 바이오기술과 같은 미래산업형 첨단기술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기업을 가칭 첨단(미래)기업이라고 하고 그 외 기업은 기술수준에 따라 음료, 의복 등 전통산업 기업과 풀뿌리산업(소상공인과 제조업) 기업으로 구분하여 그 사정에 맞게 기술 및 설비지원정책을 차별할 필요가 있다.
 
넷째로, 중소기업 자체의 자율적 구조조정 지원정책이 절실하다. 영세성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소기업 혹은 소상공인을 정부나 상공회의소가 지원하여 규모가 더 크고 경쟁력 있는 기업결합이 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정부나 중소기업 지원 단체가 나서서 풀뿌리 기업의 독자적 프랜차이즈 결성이나 플랫폼을 구축해주고 설비 현대화를 지원해줘야 한다. 돈만 부어 넣는다고 기술혁신이나 중소기업 육성이 되지 않는다. 두 개 혹은 세 개의 소상공인이 뭉쳐서 좀더 크고 경쟁력 있는 규모의 기업 형태가 되도록 설비와 자금과 경영지원을 적극 해줘야 한다.
 
끝으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 스스로의 자활의욕을 살려줘야 한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끌고 갈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이 스스로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주도권을 갖도록 하면서 정부가 간접적이지만 획기적으로 지원하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한두 해에 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5개년계획을 여러 차례 수립해야 할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중소기업을 이대로 방치하고서는 절대로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신세돈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 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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