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악재에 휘청…면세점 '춘래불사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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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연 기자
입력 2022-02-0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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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의 모습[사진 = 김유연 기자]



국내 면세업계가 길고 긴 악재의 터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이궁 의존도가 90% 수준인 상황에서 업체별 송객 수수료 경쟁이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명품 브랜들은 따이궁 의존도를 문제 삼아 시내 면세점에서 철수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며 올해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7일 한국면세협회와 면세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의 송객 수수료는 약 2조 3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2020년 9000억 원을 사용한 것과 비교하면 약 2.5배가 늘어난 셈이다.

문제는 수수료는 높아졌지만 면세점 매출은 급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따이공'으로 불리는 중국인 보따리상에 매출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점 매출은 17조8333억원으로, 2020년 15조5051억원보다 15.0%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의 24조8586억원과 비교하면 71.7% 수준이다.

지난해 외국인 매출 비중은 17조54억원으로 총 매출의 95.3%를 넘어섰다. 외국인 매출 비중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83%였으나 이후 내국인 해외여행 제한 등으로 2020년 94%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95%를 넘어섰다.

실제로 송객 수수료가 늘면서 면세점들의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 호텔신라의 지난 4분기 면세점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한 1조74억원을,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해 231억원을 기록했으나 코로나19 이전 수준에는 못미쳤다. 4분기 현대백화점면세점의 매출액도 4612억원, 영업적자는 73억원으로 추산된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끊기면서 따이궁에 매출 대부분을 의존하고 이들을 유지하기 위해 송객수수료에 수익의 대부분을 쏟아 붓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면세유통전문지 무디 데이빗 리포트에 따르면 루이비통은 롯데면세점 제주점 매장 운영을 중단한 데 이어 3월 신라면세점 제주점, 롯데면세점 부산점과 잠실 월드타워점에 있는 매장을 추가로 닫을 예정이다.[사진 = 연합뉴스]


따이궁 의존도가 커지면서 곳곳에서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에는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국내 면세점들의 따이궁 의존도를 문제 삼아 시내 면세점 철수를 진행 중이다. 업계는 다른 명품 브랜드로도 이런 움직임이 확산될지 우려하고 있다.

영국의 면세유통전문지 무디 데이빗 리포트에 따르면, 루이비통은 롯데면세점 제주점 매장 운영을 중단한 데 이어 오는 3월 신라면세점 제주점, 롯데면세점 부산점과 잠실 월드타워점에 있는 매장을 추가로 닫을 예정이다. 루이비통은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본점에 있는 나머지 시내면세점 매장도 올해 10월과 내년 3월 사이에 모두 철수할 계획이다. 

명품 브랜드 이탈이 현실화 할 경우 벼랑 끝에 놓인 면세업계 어려움은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로 공항면세점 매출조차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내면세점까지 경쟁력을 잃게 된다면 가격 협상력 약화는 물론 인지도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여기에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정부가 방역과 통관 절차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단기적으로 면세사업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1~2월 따이궁 수요가 다소 주춤하며 지난달 중순까지 면세점 매출도 전년 동월과 비슷하거나 소폭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면세업계의 어려움을 감안해 내국인 면세점 구매한도를 폐지하는 등 일부 정책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달 해외 거주자가 국내 방문 없이 온라인으로 국산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는 면세 역직구 허용 방안도 발표했다. 

그러나 구매한도가 폐지됐을 뿐 정작 면세점의 매출과 직결되는 면세한도 600달러(72만원)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면세한도는 주변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일본 면세한도는 20만엔(약 94만원)이며, 중국은 5000위안(약 92만원)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온·오프 쇼핑 환경 개선, 판매처 다각화 등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 있으나 여전한 해외 이동 제한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내국인 구매한도에 이은 면세한도 상향 등 실질적인 추가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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