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도 국가재정 총지출은 전년 대비 8.9% 증가된 607조7000억원이다. 올해 경상 경제성장률의 두 배 수준으로 확장 예산을 편성했지만 국세 등 정상적인 수입은 553조 6000억원에 불과해 통합재정수지가 –54조1000억원에 달하고, 부족분은 국가 채무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2021년 발표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사회보험기금 재정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2023년 이후에도 100조원이 넘는 적자가 계속해서 발생하여, 2021년 956조3000억원 국가채무가 2025년에 GDP(국내총생산) 대비 58.8%인 1408조5000억원으로 늘어난다. 기획재정부는 2023년 이후 총지출 증가율을 4.2∼5.0%로 낮추어 추계했음에도 100조원 내외 적자가 줄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이 국가재난 시기에는 대규모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증가는 불가피할 수 있다. 코로나19도 재난급 위기라 볼 수 있으므로 2020년과 2021년 국가채무 증가는 용인될 수 있겠으나,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3년 이후에도 재정수입이 재정지출 증가를 감당못해 100조원 내외 적자가 발생한다면 작금의 재정적자는 일시적인 것이 아닌 구조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 정부의 재정운영을 보아도, 문재인 정부만큼 임기 중 계속해서 수퍼예산안을 편성한 예는 없었고, 임기 마지막 해의 중기재정운용계획에서 국가채무를 GDP 대비 47.3%에서 58.8%로 높이는 계획을 국회에 과감하게 제출한 경우는 없었다.
만성적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증가를 안이하게 인식하는 것은 큰 문제이다. 국가채무를 늘리는 것은 쉽지만 이를 다시 축소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인구 고령화가 세계 최고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세금을 납부할 근로인구는 세계 제일의 저 출산으로 빠르게 감소될 전망이다. 인구구조의 장기 추이를 볼 때, 현재가 그래도 괜찮은 시기였다고 회고될 수도 있다. 따라서 미래 세대에게 나라 빚을 떠넘기는 것은 현재 세대가 금기해야 할 일이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막론 국가재정을 걱정하는 후보는 찾기 어렵고, 재원 대책 없는 장밋빛 청사진 경쟁만 하고 있어, 국가채무 증가는 더욱 가속될 것이 걱정된다.
OECD 국가 대부분이 코로나19로 국가채무가 대폭 늘었지만 평상시에는 국가채무를 늘리지 않도록 노력했고,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현 시점에서는 재정 긴축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균형 회복에 필요한 산술은 단순하다. 세수를 늘이든지 재정지출을 줄이든지, 증세와 삭감을 결합해서 재정수지 적자를 없애면 된다. 국민도 고통이지만 방만한 재정으로 파탄에 몰렸던 남미나 남유럽 국가들의 과거 사례로 볼 때, 만성적 재정 적자구조의 균형화는 연기할 수 없는 국가 정책과제이다. 코로나19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2022년 예산편성은 어쩔 도리가 없지만 신정부는 구체적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신정부가 들어서면, 무엇보다 먼저 국가재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재점검하고 중장기계획을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 미래 인구구조와 노동력 수급에 기초한 잠재경제성장률을 다시 추정하고, 이에 근거한 재정지출과 재정수입의 중장기 흐름을 예측해서, 불균형한 재정수지를 균형화시키기 위한 대안을 시뮬레이션하여 현실적으로 가능한 해를 찾아야 한다. 이에 기초하여 집권 5년동안의 중기 재정 계획을 새롭게 작성하여 2023년 예산안부터 적용해야 한다.
100조원 내외로 구조화된 불균형을 단기간에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가계는 들어오는 수입에 맞추어 지출을 결정하지만 정부는 쓸 돈을 먼저 계산하고 이에 필요한 수입조달 방안을 찾는 것(양출제입)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재정 비상 상황에서는 정부도 가계와 같이 재원조달 가능한 수입에 맞추어 지출을 결정하는 것(양입제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재원조달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새로운 재정지출은 억제하는 페이고(PAY GO) 원칙하에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또한 사회보험기금을 포함한 통합재정수지는 적자가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들어서 관리재정수지 뿐만 아니라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시현되었다. 국가채무 증가는 일정기간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더 이상 늘지 않도록 하는 재정목표를 추구해야 한다. 국가채무 증가율을 경상경제성장률 한도로 제한하는 것이다. 국가재정법에 이러한 재정준칙을 엄격히 규정해야 하지만, 정부와 국회의 실천의지가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재정지출 증가를 억제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재정지출은 크게 의무지출과 재량지출로 나누어지는데, 의무지출은 복지 혹은 지방이전 재원 등 법정 지출이므로 법령 등을 개정하지 않으면 삭감이 어렵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조정가능한 것은 재량지출이지만 재량지출도 대부분 통상적 사업비이기 때문에 조정이 용이하지는 않다. 경제발전단계를 감안하면 경제개발비 예산 비중이 아직은 상대적으로 높고, 특히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번 대선과정에서도 철도 신설, 고속도로 지하화, GTX 등 공약이 남발되고 있지만 선거가 끝나면 엄격한 타당성조사를 통하여 필요불가결하지 않는 투자는 억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특단의 조치로 재량지출 예산의 일정비율을 일괄 동결하는 것도 검토할 만 하다.
다음으로 재정수입을 늘리는 것이다. 조세는 국민부담으로 직결되므로 조정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2021년 초과세수가 58조 4000억원이 발생하여 이를 추경으로 몽땅 쓰자는 주장도 있지만 일단 국가채무를 상환하는데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2022년 및 그 이후에도 초과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정할 수도 없다. 초과세수가 발생한 것은 세수추계 오차도 있지만 부동산 주식 등에 부과되는 세수가 일시적으로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의 중기재정계획을 보면, 2022년 조세부담률은 20.7%이고 2025년에도 크게 높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세는 쉽지는 않지만 복지지출의 증가속도를 감안하면 일정수준으로 늘리는 것은 불가피하다. 새로운 재원발굴이 요구되지만 중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부정적 효과가 낮고, 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부가가치세 인상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권고사항이지만 단기적으로 자영업자의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
국가재정은 광의로 보면, 지방재정 교육재정 사회보험재정 등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지자체 대부분은 재정자립도가 낮아서 중앙정부 의존도가 높다. 역대 정부들은 모두 지방분권을 추진했지만 대부분 실패했고, 지방정부는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육재정도 학령인구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교육세수는 그대로 유지되어 재정의 효율적 운영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초중고 중심의 교육재정 지출 영역을 영유아와 대학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각종 부담금 수입도 재정수입 일종으로 효과적 통합관리가 요구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사회보험 재정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향후 복지지출 대부분은 사회보험지출이기 때문이다. 8대 사회보험은 곳곳에서 적신호등이 켜지고 있다. 2022년 4대 공적연금의 지출액은 59.3조원이다. 국민연금은 30.9조원으로 늘어나고, 공무원연금 20.1조원, 사학연금과 군인연금 각각 4.6조원, 3.7조원으로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건강보험 및 노인장기요양보험도 인구구조 고령화에 따라 직격탄을 맞는 제도이다.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국민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모두 적자발생시 현행 법령구조에서도 국가재정투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수지균형화를 위한 개혁이 시급하고, 국민연금 사학연금도 적립기금이 고갈되면 사실상 대책이 없기 때문에 새정부에서 선제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고용보험은 단기보험임에도 대책없는 보장성 확대와 코로나로 인한 실업급여 증가로 2021년말 현재 적립금이 완전히 고갈되었기 때문에 다각적인 대책이 시급히 요구된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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