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예술이 흐르는 도시를 구현하고자 하는 경기 수원시 예술 정책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바로 4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수원시립예술단이 그 뒷받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립예술단에 소속된 전문 예술가들이 오랜 시간 연습으로 합을 맞춰 선보이는 공연들은 관중에게 아름다움을 넘어 감동을 전달하고 수원시의 문화예술 저변을 넓히는 기반이 됐다. 특히 지난 10년간 수원시립예술단의 괄목할만한 성장은 전세계에 수원시의 문화예술 저력을 보여주는 한편 수원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이는데도 일조했다.
오는 4월 창단 40년을 맞는 수원시립교향악단을 필두로 수원시립합창단과 수원시립공연단 등 3개 예술단의 발자취를 되돌아본다.
40년의 역사를 이어온 수원시립교향악단은 수원시립예술단의 맏형격이다. 수준 높은 연주력과 앙상블을 바탕으로 국내 음악계의 연주문화를 선도하는 최정상의 교향악단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긴 역사만큼 다양한 연주 경험을 쌓으며 수원시를 대표하는 격조 높은 문화예술사절 역할을 해 온 명실상부한 수원의 자랑거리다.
1982년 4월 17일 공식 창단한 수원시립교향악단은 같은 해 5월 7일 수원시민회관에서 창단연주회 겸 제1회 정기연주회를 통해 탄생을 알렸다. 첫 정기연주회의 지휘는 초대 상임지휘자인 송태옥이 맡았다. 이후 정두영, 김몽필 등의 지휘 아래 예술의전당 개관기념음악제와 제1회 교향악축제 등에 초청돼 합주 실력을 선보였다.
창단 10년을 맞은 1992년부터는 대중들에게도 인지도가 높았던 음악가 금난새가 제4대 상임지휘자로 취임하면서 수원시향의 도약기가 시작됐다. 국내에서 다양한 행사에 초청되고 정기연주회 등으로 하모니를 쌓은 수원시향은 1997년에 밴쿠버·산호세 등 미주 순회 연주회와 런던·바르셀로나 등 유럽 순회 연주회 등 해외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를 발판으로 2000년대부터는 보다 격조 높은 음악으로 세계무대로 도약했다. 박은성 상임지휘자가 이끄는 2000년대 초반에는 일본, 인도네시아, 대만 등 수원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해외 도시에서 연주회를 열어 2002 월드컵을 홍보하고 친선을 다졌다. 일본과 독일에서 열리는 음악회에도 초청돼 호평을 얻었다.
2000년대 후반 제6대 상임지휘자로 피아니스트 김대진이 취임하면서 수원시향은 세계적인 교향악단으로 발돋움했다. 2009년 6월 5일 뉴욕 카네기홀에서의 공연이 그 정점이었다. 음악인들의 꿈의 무대인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린 ‘뉴욕문화원 개원 30주년 기념 초청 음악회’는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대한민국 클래식의 수준을 보여주는 한편 수원이라는 이름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후 2010년대에 수원시의 지원으로 국내에서의 활발한 활동은 물론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이탈리아 등 유럽 곳곳에서 연주회를 열어 국내·외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수원시향은 꾸준한 음반 출시로 연주력을 자랑하고 있다. 2012년 창단 30주년을 기념해 베토벤 교향곡 2번과 5번을 소니 클래시컬 레이블을 통해 발매했고, 2014년 1월 국내 최초로 차이콥스키 교향곡 전곡 실황녹음CD를 소니 클래시컬 레이블로 발매했다. 2015년 시벨리우스 탄생 150주년을 맞아 진행한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곡 실황 녹음 음반 역시 2016년 3월에 발매됐다.
클래식 저변 확대와 지역문화예술 발전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미쳤다. 파크 콘서트, 어린이 음악회, 수원시민을 위한 찾아가는 예술무대, 클래식 인재 발굴 프로젝트와 음악회 교육 프로그램인 클래식아카데미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수원시향은 지난 2019년 제7대 상임지휘자이자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최희준 예술감독 지휘 하에 40주년인 올해를 알차게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1월 40주년 기념 연주회를 시작으로 2월 브런치 실내악콘서트, 3월 음악인의 밤, 4월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초청연주회 등 매달 콘서트를 진행하며 시민들을 만날 계획이다.
수원시립교향악단 관계자는 “수원시립교향악단이 걸어온 40년 동안 음악으로 함께 동행해 주신 수원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수원시립합창단은 1983년 2월 1일 경기도 최초의 전문합창단으로 창단했다. 초기부터 정기·기획연주회를 통해 한국 창작합창곡 개발은 물론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외국 유명 작곡가들의 작품을 초연하는 등 다양하고 새로운 레퍼토리를 발굴해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따뜻한 감동의 하모니로 다양한 공연과 행사에서 활발한 연주활동을 통해 국내 정상의 합창단으로 성장해 왔다. 제1대 이상길 지휘자를 시작으로 제2대 민인기 지휘자, 제3대 윤의중 지휘자, 제4대 박지훈 지휘자 등 한국 합창음악계의 굵직한 명지휘자들과 함께 큰 성장을 이뤄냈다.
수원시립합창단은 한국합창음악을 국제 사회에 알리는 문화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996년 8월 호주 시드니에서 개최된 제4회 세계 합창심포지움 초청 공연에서 성공적인 연주로 전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았으며, 1997년 6월 미국 오레곤 바흐 페스티벌에 단독 초청돼 음악적 기량을 발휘하며 현지 언론과 평론가들에게 극찬을 받기도 했다. 2003년 8월 첫 번째 유럽순회연주로 영국·오스트리아·체코를 돌며 현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성공리에 마쳤고, 2008년 8월 두 번째 유럽순회연주를 통해 영국·루마니아·헝가리·프랑스 등 세계무대에서 그 이름을 각인시켰다. 이어 2011년 8월 아프리카 우간다를 찾아 아프리카 음악원 학생들에게 수준 높은 한국의 합창 음악을 전하며 연주활동을 통해 받은 사랑을 음악으로 환원하기도 했다.
창단 30주년이었던 2013년에는 더욱 활발한 활동이 이어졌다. 수원과 서울에서 창단30주년 기념음악회를 통해 위촉곡 '수원환상곡'과 '카르미나 부라나' 등의 작품을 성황리에 선보였고, ‘우정의 하모니 수원을 노래하다’라는 슬로건으로 ‘2013수원합창페스티벌’을 16일 동안 진행하며 합창음악의 저변을 확대했다. 또 ‘미국 뉴욕 링컨센터 단독 콘서트’ 및 ‘한·미 수호 60주년 기념 연주’, ‘예일대 초청 연주회’ 등 미주 순회공연 매 공연마다 만석과 기립박수의 감동을 이끌며 30년 역사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해마다 선보이는 고품격 야외공연 잔디밭 음악회와 2010년부터 격년제로 자체 제작하는 오페라 작품(아말과 밤에 찾아 온 손님, 마술피리, 사랑의 묘약, 메리 위도우, 라보엠) 등 대중성과 음악성을 겸비한 기획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대중화와 관객 저변 확대에도 기여했다. 뿐만 아니라 음악교사 및 합창지휘자를 위한 세미나, 찾아가는 예술무대 등의 활동으로 지역사회에도 보답하고 있다.
수원시립합창단은 내년 창단 40주년을 앞두고 지난 1월 제5대 제임스 김(James Kim) 예술감독의 취임과 함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더욱 혁신적인 공연 콘텐츠와 깊이 있고 성숙한 음악으로 음악이 가진 본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는 목표다.
수원시립합창단 관계자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새롭고 독보적인 합창음악의 감동을 선사해 국내는 물론 세계무대에서 수원시립합창단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시립예술단의 막내는 수원시립공연단이다. 정조를 테마로 한 뮤지컬 등 공연의 확대를 목표로 수원시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지난 2015년 창단됐다. 운영 기간은 비교적 짧지만 극단과 무예24기시범단 등 성격이 다른 두 단체의 특성을 살려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최고의 퍼포먼스로 국공립의 여느 단체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수원시립공연단은 장용휘 초대 예술감독의 연출 아래 창단공연 뮤지컬 '바리'를 시작으로 대중적이고 감동적인 공연을 이어왔다. 특히 수원화성 방문의 해와 수원화성 축성 220주년이었던 2016년에는 수원을 대표하는 정조대왕의 일대기를 그린 초대형 창작뮤지컬 '정조'를 선보여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또 2019년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으로 제작한 창작뮤지컬 '독립군'은 9일간 약 6000여명의 관람객을 불러 모으는 저력을 보여줬다.
시립공연단의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무예24기시범단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도에 약 200회의 공연을 진행해 약 8만명 이상의 관람객에게 수원화성을 배경으로 한 화려한 무예를 선보였다. 상설공연 외에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마상무예 6기를 고증한 공연 '선기대(善騎隊), 화성을 달리다!'로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독보적인 마상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세계유산 수원화성을 주제이자 배경으로 펼쳐지는 수원관광문화의 핵심 ‘수원화성문화제’는 정조대왕의 야간 군사훈련을 재현한 '야조(夜操)'로 축제의 마지막 밤을 수원시립공연단이 장식하기도 했다. 2018년에는 프랑스 루앙시에서 개최한 ‘제5회 한국문화 페스티벌’에 초청돼 우리 고유의 전통무예와 한국문화를 세계에 전파하기도 했다.
수원시립공연단은 지난해 제2대 구태환 예술감독이 취임하며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첫 작품으로 연극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를 무대에 올리며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사회적 문제를 따뜻하고 세련되게 다루어 시민들과 평단에 많은 호평을 받았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공연계가 침체된 상황에서도 시립공연단은 시민들이 안전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비대면 청소년 영상예술 교육사업으로 교과서에 나오는 희곡작품을 연극으로 만든 '북어대가리'를 제작, 보급해 지역내 청소년들을 위한 국공립단체로서의 책무를 이행하고 있다.
특히 개혁군주 정조의 정예부대 ‘장용영(壯勇營)’을 소재로 화려한 액션과 아름다운 선율의 뮤지컬 넘버로 사랑받은 창작뮤지컬 '즐풍목우(櫛風沐雨)'를 통해 정조를 테마로 하는 레퍼토리 공연의 가능성과 대한민국 문화예술을 선도하는 주요한 국공립 예술단체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올해 역시 공연단의 힘찬 행보를 예고했다. 올해 말 건립 예정인 정조테마공연장 개관에 맞춰 준비하는 프리뷰 공연으로 외국인들도 언어의 장벽 없이 즐길 수 있는 비언어 퍼포먼스 공연물 '호위무사'를 3월 중 선보이며, 5월 연극 '바람, 다녀가셔요', 6월 연극 '해피버스데이', 11월 연극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 등의 작품을 준비 중이다.
수원시립공연단 관계자는 “국내·외의 공연과 축제 현장에서 관객들과 만날 날을 고대하며, 시민들의 삶이 예술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