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감염병 유행 시 발생하는 경증·중증·응급 환자에게 각각 필요한 검사, 입원, 수술 등 진료를 독립된 센터에서 모두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관리센터장은 8일 국내 민간 병원 최초로 문을 연 감염병 전문 독립 병동인 '감염관리센터(Center for Infection Control·CIC)'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개소한 감염관리센터는 감염병 및 감염병 의심 환자를 응급실과 외래 내원 단계부터 분리하고 검사, 입원, 수술 등 모든 진료 과정에서 감염 확산 위험을 차단할 수 있도록 설계된 감염병 전문 독립 시설이다. 연면적 2만2070㎡(6676평)에 지하 3층~지상 4층 규모로 들어섰다. 1층에 감염병 응급실, 2층에 음압격리병동과 외래진료실, 3층에 음압격리중환자실과 음압수술실, CT촬영실 등이 배치됐다.
감염관리센터의 가장 큰 특징은 센터 내부를 구역별로 동선과 공조시설을 분리해 감염병 위기 상황에 따라 탄력적인 병상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에볼라바이러스 등 고위험 감염병 환자가 센터에 방문했을 때 '고도격리응급실'로 보내는데, 이곳은 센터 내에서도 동선이 철저히 분리되도록 설계됐다. 출입구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고, 진료실 내에서도 의료진과 환자 동선을 분리했다. 따라서 고위험 감염병 환자가 내원하더라도 센터 내 다른 시설은 정상 운영이 가능하다.
감염관리센터 내 57개 병실은 모두 음압병실로, 병실 내부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공조시설을 설치했다. 특히 면역저하자를 보호하기 위한 일부 병실은 병실 앞 공용 복도에도 읍압·양압 전환 설비를 마련해 미세한 곰팡이 포자조차 병실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다.
병실에서 발생한 공기는 모두 공조시설로 유입되며, 필터로 공기를 정화한 뒤 외부로 배출된다. 공조시설이 음압병동의 핵심인 만큼 센터 4층 전체를 공조시설로 마련할 정도로 감염관리센터는 공조시설에 심혈을 기울였다. 또 환자 퇴원 후 병실 소독을 위해 모든 형광등을 살균 기능이 있는 UVC 조명으로 설치한 것도 눈에 띄었다.
센터 내 모든 시설이 일반 감염병 환자와 고위험 감염병 환자, 의료진 동선이 분리되도록 설계된 것도 특징이다. 총 5개인 엘리베이터마다 이용자를 구별했다. 또한 의료진이 환자 진료 직후 간호사실 등 의료진 공간에 들어가기 전 탈의와 샤워가 가능하도록 설계해 의료진의 안전을 보다 철저히 한 점도 눈에 띄었다.
10일부터 본격 가동을 시작하는 감염관리센터는 우선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에 투입된다. 준중증 이상인 환자들이 입원할 예정이며 57개 병실 모두가 코로나19 환자에게 할당된다. 코로나19 외래진료도 곧 시작될 예정이다.
이날 개소식에 참석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선친께서 1977년 아산재단을 설립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것은 의료복지사업이다. 오늘날 무의촌은 사실상 없어졌지만 여전히 의료 취약 분야는 남아 있다"며 "서울아산병원이 민간 병원 중 처음으로 감염병 전문 건물을 설립한 것은 아산재단 설립 취지를 이어가는 일이며, 국내 의료계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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