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는 8일 오후(현지시간) 미국의 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치가 WTO 협정에 불합치한다는 내용이 담긴 패널 보고서를 회원국에 회람했다. WTO는 패널 보고서에서 세이프가드 조치 본질과 관련된 핵심 쟁점 5개 모두에 대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위법하다고 본 사항은 △수입 증가 △국내 산업 정의 △국내 산업 피해 △수입 증가와 국내 산업 피해 간 인과관계 △예견하지 못한 전개 등이다.
이번 결론은 우리 정부가 관련 제소를 한 지 4년 만에 나온 것이다. 미국 정부는 수입산 세탁기로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자국 업계 주장을 수용해 2018년 2월부터 삼성전자·LG전자 등이 만든 세탁기에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했다. 우리 정부는 같은 해 5월 세이프가드 조치가 과도하고 WTO 규범을 위반한다며 WTO에 제소했다.
미국은 세이프가드 발동에 앞서 2012년부터 반덤핑관세 예비 판정을 하며 우리 업체를 견제해왔다. 한국산 전자제품 미국 점유율이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는 2012년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최대 12.15% 수준인 반덤핑관세를 물리기 시작했다. 삼성과 LG가 반덤핑관세를 피해 생산 기지를 중국으로 옮기자 최대 111.09%에 달하는 반덤핑 예비관세를 매기며 재차 압박했다. 관세 비율은 이듬해 최대 52.51%로 조정됐다.
윤창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법무정책관은 "이번 패널 판정을 계기로 미국의 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치가 조기에 종료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피소국인 미국이 WTO 패널 판정 결과를 수용하면 분쟁은 이대로 종료된다. 반대로 피소국인 미국이 불복해 상소하면 세탁기를 둘러싼 한·미 간 다툼은 다시 장기전에 들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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