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오는 3월 말 종료 예정인 대출만기연장 조치를 추가 연장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주52시간제 등 기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회장은 9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을 옥죄는 규제가 날로 강화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회장은 이날 중소기업 위기극복과 미래 대응을 위한 과제로 △대출금 만기 추가연장 △ 고용과 노동정책의 균형 △대·중소기업의 양극화 △기업가 정신 제고를 통한 혁신 생태계 조성 △협동조합의 지역경제 플랫폼화 등을 제시했다.
김 회장은 “금융권의 부담을 고려해 이자 상환은 자율에 맡기고, 대출원금은 추가로 연장해줄 것을 제안한다”며 “은행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냈고 충당금도 많이 줄었기 때문에 연장을 안 해줄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차기 정부의 과제로는 고용과 노동정책의 불균형 해소를 꼽았다. 중기중앙회가 지난달 중소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소기업인들이 차기 정부에 바라는 최우선 해결과제로 ‘고용과 노동정책의 불균형’(33.7%)를 지목했다는 점에서다.
김 회장은 “(고용과 노동정책의 균형을 위해) 가장 개선이 필요한 정책은 획일적인 주52시간제”라며 “노사가 합의하면 월 단위, 연 단위로 근로시간을 쓸 수 있게 하는 등 제도를 유연화해 일할 권리와 돈 벌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해서는 “사업주의 의무사항을 명확하게 하고, 처벌수준은 완화하는 보완대책을 대선 후보들이 공약에 반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대‧중소기업의 양극화 해소에 대해서도 거론하며 “경제성장의 과실을 누려온 대기업들이 진정한 상생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정부와 국회는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주요 원자재 가격지수가 3% 이상 상승할 경우 의무적으로 납품단가를 올려주는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제안했다. 아울러 납품할수록 손해를 보는 조달시장의 최저가 유도 조항을 삭제하고, 낙찰 하한율은 높이고 지나치게 과도한 부정당 제재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업승계제도 현실화, 벤처기업에 대한 복수의결권 허용 등으로 기업가 정신을 제고해 혁신 생태계 조성해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회장은 “가업상속공제 요건에서 업종제한을 전면 폐지해 빠른 외부환경 변화에 기업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하고, 최대주주 지분율 요건도 완화해야 한다”며 “승계가 계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100억 원인 사전증여한도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국회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벤처기업에 대한 복수의결권 허용법안이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데, 조속히 처리해 혁신적인 창업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며 “일부 국회의원이 중소기업계 전체가 복수의결권 도입을 찬성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어 중기중앙회 등 16개 협·단체로 구성된 중소기업단체협의회가 관련 성명을 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으로 중소기업자 지위를 인정받게 된 협동조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회장은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와 58개 기초지자체가 협동조합 지원조례를 제정해 중앙부처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금융, 판로, 연구개발(R&D) 등 551개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에 참여할 수 있게 됐으나 공동행위가 법적 제한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간 거래는 담합에서 배제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 중소기업간 협력사업이 강화되고, 협동조합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끝으로 김 회장은 “지난 2년간 코로나19에도 중소기업계가 잘 버텼다. 손실보상제 등 정부의 경영안정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라며 “올해는 중기중앙회 창립 60주년이자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등 중소기업과 대한민국에게 매우 중요한 한 해다. 차기 정부는 688만 중소기업의 성공시대를 열어 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중기중앙회는 이날 △혁신전환 △성장촉진 △인프라 구축 △안전망 확충 △지역경제 활성화 등 차기 정부가 실현해야 할 5대 중소기업 아젠다를 발표하고 50여개 세부 실행과제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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