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소비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위드코로나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보복소비 성향으로 가계 소비지출이 살아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본 국민들의 지갑은 여전히 쉽게 열리지 않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닛케이)는 9일 보도했다.
일본 총무성이 8일 발표한 12월 가계조사를 보면 지난해 2인 이상 가구의 전체 소비지출이 월평균 27만9024엔을 기록했다. 이는 물가 변동 영향을 제외한 실질기준으로 전년 대비 0.7%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에 비해서는 4.6% 감소하며, 여전히 가계 소비지출이 코로나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인들은 소비에 나서는 대신, 외식이나 여행에서 지출을 줄이고, 여기서 남은 돈을 저축으로 돌리고 있다. 근로자 가구의 지난해 평균 저축률은 34.2%로, 2년 연속 35% 안팎의 높은 수준이다. 소득 대비 저축이 얼마나 늘었는지 보여주는 해당 수치는 지난 2019년 31.4%에서 2020년 35.2%로 올랐다.
닛케이는 2020년에는 국민 1인당 10만엔(약 112만원)씩 지급하는 '특별 정액 급부금' 지급이 평균 저축률 상승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2021년 정부가 특별 정액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았는데도 저축률이 35%에 근접한 것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가 200일이 넘게 긴급사태를 발령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긴급사태가 발령되면 술집은 물론 생필품 매장을 제외한 1000㎡ 이상 면적의 대형 상업시설은 모두 영업이 중단된다. 또한 일반 음식점은 주류를 팔아서는 안 되고, 영업시간도 오후 8시까지로 단축된다.
이와 관련 닛케이는 “가계조사의 소비지출 실질 증감률을 보면 코로나 전과 비교해 식비는 27.0%, 음주비는 76.7%, 패키지 여행비는 82.3% 줄었다”며 “외식업계 매출액은 2019년 대비 17%나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일본의 이같은 현상은 주요 선진국 중에서는 상당히 예외적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코로나19에 참았던 수요가 폭발하는 일종의 ‘보복소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작년 실질 개인소비 증가율은 미국 8.0%, 프랑스 4.8%, 영국 3.7%로 높은 반면, 일본은 1.3%로 독일(0.8% 증가)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아울러 닛케이는 긴급사태 선언과 함께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서 백신 접종이 늦은 것도 이같은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았다. 또한 미국인들은 백신을 2차 접종했을 경우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늘더라도 자유롭게 외출을 하는 반면, 일본인들은 백신을 2차 접종했더라도 확진자 수가 늘면 이동을 자제하는 이들이 많은 것도 이 같은 모습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했다.
닛케이는 지금과 같은 행동제한을 장기적으로 실시하면 소비가 계속 침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제·사회활동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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