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스타힐스

[위기의 탄소중립] 기술은 아직인데 규제만 신속···기업들 탄소중립 앞에 운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성현 기자
입력 2022-02-11 05: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지원책 없이 규제만 매년 새로 만들어···수소대체 기술은 2050년에야 도입 가능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은 우리 기업에도 커다란 도전이다. 굴뚝산업에서 친환경을 찾는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산업혁명 이후 현재까지 사용해온 에너지원인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제조방법 역시 180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탄소중립 흐름은 단순히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완전한 재생에너지 활용과 재활용 가능한 제조를 강요하고 있다. 줄이지 말고 없애라는 것이다. 문제는 탄소중립 기술을 아득히 앞서가는 정책이다. 규제는 매년 신설되고, 기업 부담은 늘어가지만 누구도 기업의 목소리를 듣거나 기다려주지 않는다. 
 
◆치솟는 '탄소배출권' 가격··· 배출 1위 철강업계 부담 가중

이 같은 분위기는 특히 전체 산업계에서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철강업계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수소환원제철, 전기로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제강기술의 근간을 바꾸는 일인 만큼 성과는 2050년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 지원이 없다면 30년 후 CO₂가 아닌 국내 철강산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탄소배출권(KAU21) 거래가격은 톤(t)당 3만3600원으로 전년 같은 날(1만8900원) 대비 77.78% 증가했다.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탄소배출권 3기로 인해 기업의 배출권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이 원인이다. 정부는 1기(2015~2017년)에는 배출권 전량을 무상으로 할당했으며, 2기(2018~2020년)부터는 배출권 중 3%를 유상할당했다. 3기부터는 10%를 돈을 주고 구매해야 한다.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은 전 산업군에 부담이지만 전체 탄소 배출량 중 약 30%를 차지하는 철강업계가 져야 하는 부담은 상상 이상이다. 국내 1위 탄소 배출 기업은 포스코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7800만t을 배출했다. 이를 10% 줄일 때마다 연간 5000억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는데, 이는 국내 철강업계가 배출권에 얼마나 많은 돈을 쓰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실제 현대제철은 연간 1000억원을 넘어선 탄소배출권 가격이 2020년 순손실의 주요 원인이었다.
 
◆'수소환원제철' 2050년에나··· 규제는 매년 신설

철강업계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데 단기적으로 취할 수 있는 전략이 전기로와 부생가스 활용이다. 다만 이 같은 기술에도 한계가 있는데, 전기로는 전기 사용량이 급증한다는 단점과 함께 재생에너지가 아닌 전기를 사용해 배출권 사용량을 줄인다면 탄소 배출량을 전기 생산으로 전가할 뿐 실질적인 탄소 배출 저감 효과는 없다는 것이 문제다. 부생가스 활용은 제강 공정에서 발생한 가스를 활용해 수소 등을 생산하는 것으로, 추가 배출권 확보는 가능하지만 전체 배출량과 비교하면 그 비중이 크지 않다.  

결국 나온 것이 ‘수소환원제철’이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에서 철을 생산할 때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하는 기술이다. 화석연료인 석탄을 사용하지 않으니 CO₂ 발생도 제로에 가깝다.
 
당장이라도 실천 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수소환원제철은 사실 SF소설에 가까운 기술이다. 환원제를 석탄에서 수소로 전환한다는 것은 고로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불가능에 가까운 기술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전한다.
 
다만 관련 연구는 활발히 진행 중이며 포스코 역시 자체적인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HYREX)’ 정립에 성공하면서 희망이 보인다. 해당 기술이 현장에 도입될 시기는 2050년이나 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이 개발된다 해도 관련 설비를 구축하는 데는 50조~60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관측됐다. 연구개발비는 별도다.
 
정부는 미래 기술을 기다릴 준비가 덜 된 모양새다. 탄소중립 규제는 매년마다 신설되는 것과 비교해 지원책은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난해 내놓은 기업 관련 정책이 정부 중심의 ‘탄소중립위원회’를 구성해 업계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인데 현재까지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된 사례는 찾기 힘들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구가 좁으니 당장 화성으로 이주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리겠다는 것과 같은 태도”라며 “기술은 시간이 필요한데 규제는 이를 기다려주지 않고 정부 지원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고로 앞에서 작업 중인 포스코 노동자 [사진=포스코]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