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 제조업체, 전기차 전환에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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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원 기자
입력 2022-02-11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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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시장은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가장 큰 전환의 물결이 들이닥친 가운데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전기차 전환 정책이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2020년 12월 일본 경제산업성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녹색성장전략'에서 처음으로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해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후 지난해 6월 발표한 개정판에서도 일본 정부는 전기차 충전기 15만개 설치 등 전기차 및 인프라 도입 확대, 재생 에너지 등을 사용한 에너지 정책과의 양립을 위한 노력 확대, 배터리·모터 등 관련 기술 및 공급망 강화, 차량 탑재 소프트웨어 개발 등 여러 정책을 통해 전기차 도입을 확대할 것을 다짐했다. 

아직까지 일본 내 전기차 판매량이 미미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일본 정부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 중 전기차 비중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자동차판매협회연합회의 '연료별 승용차 판매 대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전체 승용차 판매량 240만대 중 전기차 판매는 2만1000대 수준으로 전체의 0.9%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 2020년 전기차 판매량이 전체의 0.6%였던 것을 고려하면 전기차 판매량은 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할 상품으로 전기차보다 인기를 끌고 있는 모델은 내연기관과 전동 모터를 동시에 이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지난 2020년 전체 승용차 판매량 중 37.1%가량을 차지했던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량은 2021년에는 전년 대비 5.7%포인트 증가한 42.8%를 기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나 영국은 하이브리드 자동차 역시 내연기관을 사용한다며 금지할 수 있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일본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내연기관 자동차로 보고 있지 않다.

한편, 소비자들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돌아서며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는 줄고 있다. 지난 2020년 전체 승용차 판매량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가솔린 자동차 비중은 2021년 들어 6.4%포인트 감소한 49.3%를 기록했다. 

일본 외의 국가에서도 차량을 구입할 때 전기차를 구입하는 비율은 늘어나고 있다.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에서는 2021년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을 포함하는 신에너지자동차(NEV) 매출이 2020년 대비 181% 증가했다고 지난 8일 닛케이아시아는 보도했다.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NEV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15.7%에 달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정부의 공식 목표는 전기 자동차가 2025년 전체 시장에서 20% 점유율을 기록하는 것이라며, 2021년의 실적은 이러한 목표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탈탄소 정책을 주장하며 전기차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유럽의 전기차 시장 역시 확대되고 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가 발표한 2020년 유럽연합(EU) 자동차 판매 분석 자료에 따르면 EU 내 전기충전식차량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169.7% 증가했다. 이에 전체 자동차 판매량 중 전기충전식차량 판매량은 2019년 3.0%에서 10.5%까지 급증했다. 2020년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 역시 전년 대비 59.4% 늘며 전체 자동차 판매량 중 하이브리드 차량 비중은 2019년의 5.7%에서 11.9%로 늘었다.

미국의 전기차 시장 역시 빠르게 커나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중국이나 유럽에 비하면 부족한 수준이다. 지난 2021년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83% 급증해 43만5000대를 기록했다고 로이터는 데이터분석업체 워즈인텔리전스 자료를 인용해 발표했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 내 전체 자동차 판매량에 비하면 전기차 판매량은 3%에 불과하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량 역시 지난해 대비 76% 늘어난 80만1600대를 기록했지만 전체 자동차 판매량 중에서는 5%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며 나타난 공급망 차질이나 국경 봉쇄 조치로 시장이 일부 왜곡되었을 수 있지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는 확연하다. 전기차 관련 지표 제공사이트 이브이볼륨스닷컴은 올해 코로나 영향이 줄고 공급망 차질이 완화되면 전기차 판매량은 95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021년 기준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108% 증가한 675만대 수준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외에서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커나가고 있는 가운데 일본 기업들은 뒤늦게 적극적으로 전기차 전환에 나서고 있다. 미국 테슬라와 독일 폭스바겐, 중국 상하이자동차 등이 빠르게 발전해 나가고 있는 가운데 일본 기업들은 과거의 유산인 내연기관 자동차에 머물고 있어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지난해 12월 일본 내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도요타자동차(도요타)는 2030년까지 전기차 전환을 위해 총 8조엔(약 82조6576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2025년까지 15개의 전기차 모델을 개발할 것이라는 기존 목표에서 더 나아가 2030년까지 30개의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개발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전기차 배터리에도 2조엔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가 친환경 자동차로 빠르게 전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전기차 전환 추세에 대해 의심한 지난해 11월과는 확연히 다른 태도다. 앞서 지난해 11월 도요타는 제네럴모터스와 포드 등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과는 달리 2040년까지 화석 연료로 움직이는 자동차 판매를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 무공해 차량이 확대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 단계에서는 공동 성명에 참가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도요타가 전 세계적인 전기차 전환 추세를 인정한 가운데 닛산은 이보다 더 급진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닛산은 지난 7일 일본 기업들 중 최초로 내연기관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고 닛케이아시아는 보도했다. 배기가스 규제를 강화하는 세계적 추세를 감안할 때 내연기관 개발을 지속할 필요성이 낮다는 판단이다. 닛산은 이미 유럽 시장용 내연기관 개발을 중단했으며, 중국과 일본 시장용 내연기관 개발 사업 역시 단계적으로 중단할 예정이다.

올해 들어 닛산은 프랑스 자동차 제조업체 르노, 일본 미쓰비시모터스와 함께 향후 5년 동안 총 260억 달러를 투자해 전기차를 공동 개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2030년까지 35개의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혼다 역시 2040년까지 전체 자동차 모델을 모두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목표 하에 일본 도쿄 북서부에 위치한 사야마 공장을 폐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 외에 미국이나 중국 등 해외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내연기관 자동차를 주로 생산한 사야마 공장을 폐쇄하고, 전기차에 집중하는 요리이 공장을 주 공장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4월 취임한 미베 도시히로 혼다 CEO는 첫 기자회견에서 대대적인 전기차 전환 목표를 발표하며 "노력하는 것을 미루면서 목표를 이룰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일본 기업들의 전기차 전환 결단으로 과연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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