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재정수지에 이어 경상수지도 적자 위험에 빠졌다. 재정·경상수지가 나란히 적자를 기록하는 '쌍둥이 적자'가 사상 처음으로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도 커졌다. 국제 분쟁과 미국발 조기 긴축 같은 대외발 악재가 겹치면서다. 정부가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쌍둥이 적자를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경상수지 핵심인 무역수지는 지난 1월 48억9000만 달러(약 5조84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개월 연속 적자다. 지난해 12월 무역수지는 4억5200만 달러(약 5400억원) 적자를 보이며 2020년 4월 이후 20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이달 상황도 좋지 않다. 관세청이 집계한 통관기준 수출입 현황을 보면 이달 1~10일 무역수지는 35억 달러(약 4조1800억원) 적자를 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수출 실적은 나쁘지 않다. 지난달 수출액은 553억2000만 달러(약 66조1300억원)로 지난해 1월보다 15.2% 늘었다. 11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이자 1월 중 역대 최고 실적이다. 지난달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액도 1년 전보다 20.7% 늘어난 196억5000만 달러(약 23조5308억원)로 역대 1월 중 가장 좋은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수입액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하며 성과를 까먹었다. 지난달 전체 수입 규모는 1년 전보다 35.5% 급증한 602억1000만 달러(약 71조9800억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경상수지 핵심인 상품수지에 영향을 끼친다. 지금은 중계·가공무역이 호조를 보이며 상품수지가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외 악재가 심화하면 이마저 뒷걸음질 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상품수지는 44억8000만 달러(약 5조3500억원) 흑자를 유지했지만 1년 전(106억 달러·약 12조6700억원)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났다. 경상수지 중 여행·유학·운수서비스를 아우르는 서비스수지는 전통적으로 적자다.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통합재정수지는 수년째 적자를 기록 중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경제동향을 보면 2016~2018년 흑자였던 통합재정수지는 2019년 12조원 적자로 돌아섰다. 코로나19 사태 첫해인 2020년에는 적자 규모가 71조2000억원으로 6배 가까이 불었다. 지난해 역시 11월까지 22조4000억원 적자를 보였다.
올해도 적자 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기재부는 올해 재정적자가 68조1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별도로 꾸리고, 이날은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정부가 손쓸 수 없는 대외 악재가 이어지는 탓에 쌍둥이 적자를 피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경상수지는 적자일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이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등 관련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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