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불법촬영 화장실 이용자, 피해 확인 안돼도 배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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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진 수습기자
입력 2022-02-1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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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몰래카메라 설치만으로 프라이버시 침해 사실 인정

 

남부지법의 모습 [사진=신동근 기자]

불법촬영이 발생한 여자 화장실을 이용했다면 수사기관에서 피해 사실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아도 범죄자로부터 손해 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34단독(김동진 부장판사)은 KBS 직원들이 공채 출신 프리랜서 개그맨 박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을 내렸다.

박씨는 여의도 KBS 연구동 여자 화장실에 불법 촬영용 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실형을 선고 받았다. 박씨와 검찰 양측이 상고하지 않아 이 판결은 2021년 2월 확정됐다. 

같은 해 9월 박씨가 카메라로 불법촬영을 한 기간에 해당 화장실을 이용한 KBS 여성 직원 일부는 사생활 등이 침해됐다며 손해배상금 300만원씩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 확보한 피고 사진 파일에는 원고들에 대한 구체적인 사진 영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원고들이 가장 내밀한 사적 공간인 여자 화장실에서 여러 가지 생리작용을 할 때 프라이버시권 침해에 대한 위험성은 피고가 설치한 몰래카메라로 인해 상당한 정도 노출된 것으로 보이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엄격한 증명' 원칙이 적용되는 형사재판과 달리 민사재판 소송상 주장사실 및 이에 대한 근거로서 증거 채용은 형사재판보다 다소 완화돼 좀 더 유연하게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2018년 KBS 연구동 화장실에서 칸막이 위로 손을 들어 올려 피해자가 용변을 보는 모습을 촬영하는 등 총 32회에 걸쳐 피해자를 촬영하거나 촬영을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지난해 5월 27일부터 29일까지 15회에 걸쳐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피해자 모습을 찍거나 촬영을 시도했으며 촬영물 중 7개를 소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박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며 2심 재판부도 지난해 2월 원심과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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