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의 베트남 통(通)]베트남 소음공해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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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김태언 특파원
입력 2022-02-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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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층간소음이 있다면 베트남은 노래방·경적음·공사장 등 각종소음

  • 베트남 2대 공해로 지적...정부 관련법령 강화 "벌금 최대 550만원 부과"

  • "인식전환 필요하지만 먼저 차이 인정하고 포용하는 자세도 필요"

“밤 10시가 넘었는데도 아직도 위에서 공사하는 소리가 납니다. 계속해서 전동드릴 소리가 나는데 휴식을 취하기가 힘듭니다. 베트남어가 되시는 분이 경비실에 요청해 즉시 중단을 부탁합니다.”

“윗집인지 아래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낮부터 저녁까지 계속 노래방 소리와 함께 피아노 소리까지 크게 들립니다. 주말이라 어느 정도는 이해하지만 소리가 너무 커서 다른 일에 집중하기가 어렵습니다.”

“20층 복도에서 아이들이 킥보드를 타고 몇 시간째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만류해도 소용이 없고 아이들뿐이라 누가 보호자인지도 모르겠네요. 이 아이들 부모님을 수소문합니다.”

베트남 한인들이 모여있는 단체 카카오톡방에 수시로 올라오는 불만의 목소리들이다. 베트남에 수개월만 생활하다보면 직시하는 문제. 바로 소음공해다. 비단 거주지뿐만이 아니다. 길가의 오토바이 굉음과 공사장 소리, 도로에서 수시로 울리는 경적소리 등 매일같이 시민들은 소음공해에 직면하고 있다.
 
◆설 연휴에 더욱 시끄러워지는 옆집의 노래방 ‘소음’

호찌민 여행자거리(Bui Vien)에서 한 시민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호찌민법률신문(PLO) 온라인판 캡처]

베트남의 소음 문제는 대기오염과 더불어 베트남 거주 외국인들이 가장 크게 지적하는 환경공해 문제 중 하나다. 어제 오늘일이 아니지만 특히나 요즘과 같은 연말과 연초에는 이웃집 간의 노래방(가라오케) 소음이 사회문제로 떠오른다. 설 연휴를 맞아 온 가족이 모여 음주와 노래를 즐기는 문화가 존재하다 보니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하노이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설 연휴기간 동안 부쩍 더 소음이 커진 것을 느낀다”며 “이는 온 가족이 모여 즐기는 노래방 소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직접 문제를 제기하면 불화 소지가 있을까 말은 못했다”며 “공안당국에 신고도 해봤지만 단속반이 방문해 구두경고를 하면 잠시 조용해지고 다시 또 시끄러워진다”고 상황을 토로했다.

또 다른 시민은 바로 도로 옆에 비어카페(맥주주점)에 있는데 여기서 노래방을 운영한다며 연휴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더욱 시끄럽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베트남 전역의 이른바 한 곡을 부를 수 있는 2만동(약 500원) 노래방들은 많은 이들의 밤잠을 설치게 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다.

관련해 지난 연말에는 극단적인 사건까지도 벌어졌다. 하노이 타인지현의 한 주민이 이웃집의 노래방 소음에 격분해 화염병을 던져 불을 지르는 일이 벌어진 것.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주민들이 놀라 대피했고 일부 주민이 화상을 입었다. 사건용의자인 후옌후이응옥(61)은 “내 집은 3층인데도 노래방 기기 소음이 너무 커 여러 차례 항의했는데도 시끄럽게 해 화가 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정부도 최근 이러한 소음 문제를 인식하고 팔을 걷어붙였다. 당장 법령규정의 벌금규정에서 2배 이상 강화하고 소음공해에 대한 단속에 보폭도 넓히고 있다. 시 당국은 지난 한해 동안 호찌민에서만 80건 이상의 노래방 관련 소음을 적발해 벌금을 부과했다며 계속해서 신규 지침을 적용해 단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올 1월 1일부터는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 사이에 주거 지역 또는 공공 장소에서 기준 음향 이상의 큰 소리를 내거나 소란을 피우는 경우 개인은 경고 또는 50만~100만동, 사업자는 그 심각성에 따라 100만에서 최대 1억6000만동을 부과할 수 있다. 기준 음향은 아파트, 주택, 사무실 및 호텔과 같은 일반 영역의 최대 소음 제한은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70데시벨(dBA),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55dBA이다. 다만 아직까지 낮 시간의 소음 처벌규정은 마련되지 않았다.
 
◆소음 일종의 즐기는 문화로 인식...“신속대응팀·규정강화 등 통해 지속대응 필요”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팀]

시민들과 외국인들은 무엇보다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규정강화와 단속도 도움이 되지만 지속적인 계도와 홍보를 통해 이를 문제로 여기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베트남이 문화적으로 소음에 관대한 문화가 있고 베트남 생활환경 자체가 지속적으로 소음에 노출된 터라 현지인들이 크게 문제로 여기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하노이에 거주하는 러시아인 스베틀라나씨(24)는 대학 기숙사에서 소음 문제제기를 할 때마다 ‘그 정도 문제로 불만을 갖나’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면서 본인 불만에 현지 친구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면 오히려 미안한 감정이 든다고 말했다.

호찌민 고밥군에 거주하는 사토 유키씨(35)는 베트남에서 소음은 일종의 문화적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며 오토바이 경적이나 자동차 소음을 볼 때면 오히려 일부 사람들은 소음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하노이 미딩에서 요식업을 운영하는 이창무씨(53)는 “베트남에서 10년째 거주하지만 소음 문제는 당장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도 “베트남인의 인식전환이 필요하지만 먼저 차이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자세도 필요한 것이 베트남 삶의 지혜”라고 귀띔했다.

혹자는 비단 이러한 소음문제는 베트남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남아 지역 어디를 가나 노래방과 음악소리를 크게 튼다며 굳이 베트남만의 문제가 아니며 오히려 태국과 필리핀 등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도 했다. 또 처음 베트남에 왔을 때만 해도 소음문제를 제기하면 듣지도 않았는데, 요즘에는 정부와 언론에서 규제해서 그런지 스스로 자제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지 매체 호찌민시법률신문(PLO)은 지난 12일, 관계당국 발표를 인용해 소음을 통한 일부 이웃들 간에 불협화음이 있었지만 올해 설연휴에는 관련 문제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연휴기간에 새롭게 소음측정기를 구비한 신속대응팀이 호찌민시에서 15건 이상의 노래방 소음을 단속했다.

정부 정책을 모니터링하는 조국전선위원회(VVF)의 또티빅짜우(To Thi Bich Chau) 위원장은 “노래방 소음은 도시민의 큰 불행이 될 수 있다“며 ”우선적으로 도시의 소음 공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 당국의 엄중하고 단호한 조치가 계속해서 필요하다. 관련부처인 환경자원부를 통해 상임위원회에서 더욱 강화한 안건을 제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일, 다낭시 레주언(Le Duan) 거리에서 현지 공안과 환경부 담당자로 구성된 신응대응팀이 거리 소음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VN익스프레스 영문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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