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육지가 맞닿은 해안선처럼 다양한 물질의 만남은 계속된다. 안드레아스 에릭슨(스웨덴) 작가는 새로운 시각을 통해 그 만남의 지점에 주목한다.
에릭슨 작가의 개인전 ‘해안선’이 오는 3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학고재에서 열린다. 지난 2019년 학고재와 학고재청담에서 선보인 아시아 첫 개인전 이후 3년 만의 전시다.
3년 전 전시가 회화, 판화, 조각, 태피스트리를 폭넓게 소개했다면, 이번 전시는 작품세계의 중심 매체인 회화를 집중 조명한다. 캔버스 14점과 종이 작업 44점을 다채롭게 만나볼 수 있다.
에릭슨 작가는 학고재를 통해 “나에게 있어 회화란 물질성에 관한 것이다. 전제 조건은 두 가지 물질의 만남이다. 예를 들면 물과 돌, 모래와 나무, 이끼와 하늘 등이다”라며 “ ‘해안선’ 연작에서 나는 새로운 시각과 관점으로 그 만남의 지점에 도달한다”라고 말했다.
2019년 한국의 산에 관한 작품을 선보였던 에릭슨 작가는 두 번째 전시의 시작점을 비무장지대(DMZ)로 잡았다.
에릭슨 작가는 “이는 예술과 회화에 대한 일종의 은유(메타포)다. 소유권이 없으며, 스스로 자라나는 영토다”라며 “얼마 후 DMZ가 내게는 너무나 정치적인 매개임을 깨달았다. 회화가 주제에 가려질까 염려스러웠다. 여러 검색 끝에 내 생각은 한국 해안 특히 동해에 닿았다”라고 설명했다.
자연을 향한 그의 관심을 계속돼 왔다. 2000년경 전자기과민성증후군을 얻어 귀향한 에릭슨 작가는 이후 스웨덴 메델플라나 인근의 시네쿨레 산속에 살며 작업하고 있다. 바네른 호수를 근처에 둔 숲이다.
에릭슨 작가는 수십 년 간 삶을 통해 마주한 자연을 그만의 감각으로 풀어냈다.
회화, 판화, 조각, 태피스트리 등 다양한 형식을 아우르는 한편 내용상으로 긴밀한 연관성을 띤다. 중심 매체는 회화다. 멀리서 보면 세계 지도 같기도 하고, 지도 위 등고선을 연상시키는 회화의 구조가 다른 작업의 밑그림을 이룬다.
코로나로 인해 작가의 환경에 대한 관심을 더욱 커졌다. 드로잉 작업에는 다양한 자연의 모습을 담았다.
2011년 제54회 베니스비엔날레 북유럽관 대표 작가로 선정되어 주목받은 에릭슨 작가는 2007년 아트 바젤 발로아즈 예술상(바젤), 2012년 카네기 미술상(스톡홀름), 2015년 스텐 에이 올슨 재단상(예테보리) 등을 수상했다. 퐁피두 센터(파리), 루드비히 재단 현대미술관(빈), 예테보리 미술관(예테보리)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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