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사채(CB) 전환가액 상향 의무화 이전 '발행 막차'를 탄 기업 중 상당수는 불안정한 지배구조로 사업 안정성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뉴지랩파마·메디콕스는 최근 수년 새 4~6회 이상 대주주 손바뀜이 있었던 기업으로 나타났다. 모두 대주주 지분이 적은 가운데 리픽싱 역시 70% 혹은 액면가까지 가능해 소액 주주의 권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뉴지랩파마와 메디콕스는 지난해 11월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CB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상향 의무화 및 콜옵션 한도 제한을 골자로 한 개정안 시행을 앞둔 시점이다. 뉴지랩파마는 리픽싱 한도 70%, 콜옵션행사비율 30% 조건으로 총 350억원을 발행했다. 메디콕스는 액면가(500원)까지 리픽싱 한도를 낮추고 콜옵션 행사비율은 70%로 설정해 50억원을 발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11월 발행 공시 이후 납입 예정일 전 납입을 한 차례 연기한 상태다.
두 기업은 대주주 지분이 적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뉴지랩파마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9.75%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지난 5년간 여러 차례의 경영권 분쟁을 거치며 6차례 대주주가 바뀌었다. 영상보안기업 아이디스 산하에서 케이에스와이, 씨앤케이와이홀딩스를 거쳐 중국계 기업 넥스트아이로 손바뀜이 있었다. 이후에도 아레네인터내셔널, 메이요파트너스 등으로 대주주가 변경됐다.
과거 에치디프로에서 뉴지랩, 다시 뉴지랩파마로 사명을 변경하며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 성과가 부족한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회사 측은 지난해 실적의 배경으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대면판매 매출 감소 △국내외 임상 관련 연구개발 가속화에 따른 연구개발비 증가로 인한 손실 등을 꼽았다.
메디콕스 역시 대주주 지분은 6.95%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8년부터 현재까지 5차례 대주주가 변경됐고, 사명 변경과 함께 바이오 사업 진출도 선언했다. 나아가 최근 경영권이 매각되며 또 다시 신사업 진출에 나서고 있다. 국내 핀테크 기업 커넥에 경영권을 매각한 뒤, 올해 초 임시주주총회에서 무려 18개의 사업목적이 추가됐다. 분야 역시 대체불가토큰(Non-Fungible Token·NF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건강관리 등으로 다양하다.
두 기업 모두 불안정한 지배구조로 사업 안정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보이는 만큼 이번 CB 발행은 향후 대주주의 지배권 강화를 위해 사용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메디콕스의 경우 리픽싱 한도가 액면가까지 가능한데다, 콜옵션 행사비율도 70%에 달한다. 이 경우 최대 액면가까지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오히려 지배력 강화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CB 투자자들 역시 주가 급락에 대한 안전장치로 리픽싱 조항이 존재하기 때문에 손실 없는 투자가 가능하다. 다만 소액주주들은 주가 하락과 함께 보유 지분이 희석되는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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