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안쓰러웠다. 준준결승에서 넘어진 박장혁(스포츠토토)의 왼손등이 우다징(중국)의 스케이트 날에 짓눌렸다. 박장혁은 베인 손을 부여잡고 빙판 위에 누웠다. 의료진의 들것에 실려 나갔다. 이후 그는 11바늘이나 꿰맸다. 더는 뛸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이었다.
박장혁이 어드밴스를 받았지만, 준결승 진출은 포기했다. 이제 남은 선수는 황대헌(한국체대·강원도청)과 이준서(한국체대).
황대헌은 1위로, 이준서는 2위로 결승 진출을 눈앞에 뒀었다. 그러나, 심판은 비디오 판독(VAR) 결과 두 선수의 실격을 선언했다. 황당한 판정이다. 빈자리는 중국 선수들이 차지했다.
이후 한국과 헝가리는 울분을 터트렸다. 한국 선수단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윤홍근 선수단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빙상연맹(ISU) 회장들과 면담을 진행했다.
헝가리 선수단은 한국 선수단을 찾아왔다. 양 선수단은 서로 만나 불공정 판정에 대응하기로 했다.
중국은 이때까지만 해도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획득했다. 모두 공정치 않은 판정으로다. 앞서 열렸던 혼성 계주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개최국 중국이 쇼트트랙 메달을 거저 먹나 싶었다.
2월 8일. 김민석(성남시청)이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따낸 동메달은 얹힌 듯한 체기에 소화제 역할을 했다. 한국 선수단 첫 메달이었다. 단신의 몸에도 장신인 네덜란드 선수들과 나란히 시상대에 올랐다.
이후 중국은 쇼트트랙에서 동메달 1개만을 추가했다. 황당한 판정이 내린 저주나 다름없다.
반면, 한국은 승승장구했다. 최민정이 여자 10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했고, 여자 3000m와 남자 5000m 계주에서 은메달 2개를 추가했다.
남자 계주에서는 존재감을 과시한 '핫핑크' 곽윤기(고양시청)와 부상을 입은 박장혁이 투혼을 발휘했다.
쇼트트랙 마지막 경기인 여자 1500m에서는 세계 기록 보유자인 최민정(성남시청)이 올랐다.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아웃코스로 속이 다 시원하게 앞질렀다. 결승에서도 가장 먼저 도착했다. 금메달이다.
취재구역에서 최민정은 "웃으며 올림픽을 끝냈다"고 말했다. 울분으로 시작했던 쇼트트랙은 2월 16일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실력, 예의, 메달 수 모두 중국을 앞질렀다.
메달 플라자 시상식에서 차민규는 존경심 가득한 마음으로 시상대를 두 번 털고 올랐다.
몇몇 중국 매체와 중국 누리꾼들은 이를 보고 격분했다. 2018 평창 때 캐나다 선수들의 항의 세리머니를 예로 들면서다. 사실, 두 가지 행동은 엄연히 달랐다. 캐나다 선수들은 쓸었고, 차준환은 먼지를 털듯 털었다.
스피드 스케이팅은 이제 남자 1000m와 남녀 매스스타트가 남았다.
이날(2월 18일) 오후 5시 30분에 진행되는 남자 1000m는 메달 획득 가능성이 크다. 이번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김민석과 차민규가 동시에 출전한다.
두 선수는 지난해 11월 2차 ISU 월드컵에서 7위였다. 7위들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걸었다. 1000m 메달을 기대하는 이유다. 차민규가 시상대에 오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심사다.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 대표팀은 2월 19일 매스 스타트로 모든 일정을 마친다. 남자부에서는 정재원(의정부시청), 이승훈(IHQ), 여자부에서는 김보름과 박지우(이상 강원도청)가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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