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대형 해운사 호황에 가려진 중소형 선사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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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2-02-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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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윤동 기자
[사진=아주경제DB]

"대형 해운사의 실적 숫자만 너무 주목을 받고 있는데, 해운산업 전체의 상황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

지난 16일 아주뉴스코퍼레이션과 한국해운협회 주최로 열린 '해운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및 지속 성장 포럼'에 참석한 한 해운사 임원이 이같이 말했다. 최근 일부 대형 해운사가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자랑하고 있지만 아직은 해운재건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9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HMM(옛 현대상선)은 지난 14일 7조3775억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하면서 해운업계에 즐거운 충격을 줬다.

이는 HMM의 전신인 현대상선이 1976년 설립된 이래 최대 연간 실적일 뿐 아니라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 중 4번째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해만 보자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 이외에는 HMM 보다 더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회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발표가 되지 않았지만 SM상선 등도 호실적이 예상된다. SM상선의 올해 상반기 실적을 보면 매출 7014억원, 영업이익 3075억원을 기록해 2017년 출범 이후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큰 변수가 없다면 연간 기준으로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대한해운·대한상선 등 SM상선 계열사도 좋은 실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고 해운산업이 부활의 축배를 들기는 다소 이른 것 같다. 코로나19 여파로 역사적 고점 수준까지 급등한 글로벌 해운 운임이 차츰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우선 눈에 띈다. 운임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내려올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지난해보다는 올해 해운사의 진정한 실적이 확인될 가능성이 높다.

차례차례 도입을 앞둔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도 해운사에게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동남아 수출입 항로 운임 담합 혐의로 23개 국내외 컨테이너선사가 총 962억원의 대규모 과징금 부과 조치를 당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악재다.

이 같은 숫한 위험요소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일부 해운사의 역대급 실적에 취해 해운재건의 고삐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호황을 누리는 컨테이너선사의 그늘에 여전히 불황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벌크선사가 적지 않다는 점을 잊어서 안 된다는 의미다.

세계 컨테이너선 해상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는 이달 11일 기준 4980.93을 기록했다. 올해 초 5109.6로 지수 집계 이래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소폭 낮아졌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벌크선 운임 추이를 보여주는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는 같은 날 1977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5650로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줄곧 하향 추세를 기록해 절반 이하까지 내려간 것이다. 글로벌 철강 생산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중국의 감산을 단행하면서 벌크선에 대한 수요가 급감한 탓으로 분석된다.

원양 컨테이너선을 운영하는 대형 해운사의 부활만을 해운산업의 부활로 볼 수 없다. 그동안 정부는 해운재건을 주도하면서 사실상 대놓고 HMM 등 대형 해운사에 지원을 집중했다. 그 영향으로 HMM 등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지만 중소형 선사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는 처지다.

물론 지금 와서 대형 해운사에 지원을 집중했던 것이 옳았는지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지원을 받은 결과 당당한 성과를 올린 HMM도 국내 해운산업의 일원이다. 하지만 앞으로 지원 정책은 다소 변화를 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부터는 대형사의 그늘에 가려진 중소형 선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늘어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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