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이 연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고 우려를 내비치며 국제사회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움직임이다.
◆ "우크라 영토보전·러시아 우려 존중" 외친 중국
19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영상으로 참석한 뮌헨 안보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유럽 안보에 대해 각 측은 자기의 우려를 제기할 수 있고, 그중 러시아의 합리적 안보 우려는 존중되고 중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국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유럽 안보 수호에 도움이 되는 해결책을 찾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 행동과 영토 침범 등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왕 부장은 또 각국이 책임지는 자세로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지, 긴장을 고조시키고 공황을 조성하며 심지어 전쟁을 선동해서는 안 된다고도 꼬집었다.
그러면서 왕 부장은 “신 민스크 협정이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의 유일한 출구”라며 각 측이 함께 앉아 충분히 논의하면서 협정 이행 로드맵과 시간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스크 협정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분리·독립을 선언한 자국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과 2015년 체결한 정전협정으로, 돈바스 지역의 평화정착 방안과 휴전을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러시아와 서방국 간 갈등 속에서 중립자 역할을 자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왕 부장의 발언이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 접근법이 위기를 부추기거나, 한쪽(러시아)으로 치우치는 것이 아닌, 화해를 촉진하는 것임을 국제사회에 재차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리하이둥 중국 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도 “이는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모든 당사자들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합의에 도달하길 희망함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원치 않는 이유
실제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정치·경제적 여파로 골머리를 썩히고 싶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올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3연임을 확정 지을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 등 정치적 이벤트가 있는 중요한 해인 만큼, 중국으로선 안정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또 러시아의 침공은 수차례 평화적 해결을 촉구해 온 중국의 체면을 구길 수 있다. 스인훙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로이터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실제 침공하면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국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해 온 중국을 무시하는 행위로, 중국의 중재자 역할의 실효성에 국제사회의 의문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중국은 외교적으로, 그리고 아마도 경제적으로도 러시아를 지원해 서방국과의 관계 악화를 초래할 전망이다. 하지만 중국이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스인훙 교수는 로이터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정략결혼(marriage of convenience)'을 넘어 준동맹 관계까지 가까워졌지만, 양국 간 관계는 상대측이 위협에 맞닥뜨렸을 때 군사를 파병하는 정식 동맹과는 거리가 멀다”고 진단했다.
리밍장 싱가포르 라자나트남 국제연구원 교수도 중국이 대만과의 전쟁에 러시아의 군사적 지원을 기대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러시아는 중국의 도움을 기대하지 않으며, 그러한 도움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고 전했다.
대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할 경우, 국제사회의 비난 대열에는 합류하지 않음으로써 중국이 신뢰할 만한 친구임을 보여줄 것이란 전망이다. 아울러 중국과 러시아 간 경제적 협력도 확대돼 러시아에 대한 서방국 제재를 약화시킬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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