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채널 강화와 사업비 감축을 이유로 점포를 축소해오던 손해보험사들이 지난해 점포를 오히려 늘렸다. 영업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보험료가 비싼 고액보험을 판매해야 하는데, 비대면 채널에선 소액·단기 상품 위주로 판매됐기 때문이다. 이에 주요 손보사들은 설계사 중심의 점포 영업을 확대했다.
21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10개 주요 손보사의 점포수는 전년 대비 1.3%(36곳) 증가한 2718곳으로 나타났다.
손보사의 점포수가 전년 대비 증가한 것은 지난 2013년 이후 7년 만이다. 지난 2013년 3251곳에 달하던 손보사의 점포수는 매년 감소해 지난 2017년 2994곳으로 3000곳 이하로 줄었다. 이후에도 2018년 2744곳, 2019년 2937곳, 2020년 2682곳으로 감소했다.
손보사별로 보면 메리츠화재의 점포수가 1년 새 267곳에서 316곳으로 49곳 늘었다. 이어 DB손보(429곳→450곳)와 현대해상(426곳→436곳)도 각각 전년 대비 21곳, 10곳 증가했다.
손보사의 점포수 증가는 타 금융권과는 대조적이다. 국내 시중은행의 경우 지난해에만 240곳의 점포를 폐쇄했다. 생명보험사도 같은 기간 72곳의 점포를 줄였다.
손보사들이 점포를 기존보다 확대하고 있는 데에는 비대면채널의 영업 한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손보사들이 최근 몇 년간 비대면 채널의 비중을 늘려왔지만, 실제 수익성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보험연구원의 정기 간행물 'KIRI리포트'에 실린 '온라인채널 보험 가입자 상품·연령별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보험사의 사이버마케팅(CM)채널의 판매 상품은 연금저축(16.6%), 저축(8.4%), 어린이(4.8%) 상품이 온라인 가입(건)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손해보험에서는 여행자(50.9%), 운전자(4.8%), 저축(4.8%) 상품의 온라인 계약 비중이 컸다. 이들 상위권 상품 대부분은 월 1만~2만원 이하의 미니·소액보험으로, 수익성이 높은 종신보험과 장기인보험 등의 판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장기인보험은 보험료 납입기간이 3년 이상으로, 상해·질병 등 사람의 신체와 생명의 위험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암보험과 어린이보험, 치매보험, 치아보험 등이 대표적이며 실손의료보험도 포함된다. 장기인보험의 경우 대부분 설계사 등 대면채널 영업에 의존하고 있다.
실제 손보사의 설계사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 손보사와 판매계약을 채결한 설계사는 지난해 10월 현재 18만1536명으로, 전년 말 17만4173명보다 4.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속설계사도 9만4770명에서 10만1279명으로 6.8% 늘었다.
손보사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비대면채널 확대에 집중했지만 실제 수익성 확보보다는 보험소비자의 편의성 증대에 집중하면서 손보사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며 "수익성 확보를 위해 장기인보험 판매를 지원한 결과 지난해 점포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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