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우크라] 우크라이나 위기, 경기 침체 불러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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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원 기자
입력 2022-02-2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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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이 향후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에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우려를 사는 것은 인플레이션 가속화 가능성이다.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급등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긴축 정책을 서두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경기 회복세 둔화는 불가피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정학적 위기가 주식시장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며 상황 변화를 신중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의 통제하에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 지역 2곳에 대해 독립을 인정하고, 러시아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겠다고 밝히자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은 대부분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는 한편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은 급등세를 이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금융시장은 아직 우크라이나 사태의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적 무기를 꺼내들면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가속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서방의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원유와 천연가스 등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러시아는 유럽연합(EU)이 석유 제품 및 석탄 수입량의 40%, 천연가스 수입량의 20%를 공급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는 비료와 자동차 업계에서 필수적인 금속 중 하나인 팔라듐의 최대 수출국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작은 국내총생산(GDP) 규모에 비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선물은 이달 들어 각각 5.98%, 3.98% 급등했다. 미국과 이란 간 핵 합의가 이루어지며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도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에서 원유 공급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미 모하메드 엘-에리언 케임브리지대 퀸스 칼리지 학장은 지난 17일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하면서 "(우크라이나) 상황이 더 나빠진다면 매우 큰 스태그플레이션 바람(stagflationary wind)이 글로벌 경제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경제 성장세는 가파르게 둔화하는 반면 물가는 급등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게다가 우크라이나 위기가 유가를 비롯해 물가 상승세를 이끌며 현재 인플레이션에 추가적인 부담을 준다면 중앙은행들이 더 긴축적인 정책으로 변경하게 될 수도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우크라이나 관련 위기가 일시적인 영향을 주는 데 그칠 것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이미 기록적인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압력은 무시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영국 경제컨설팅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사이먼 맥아담 선임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이로 인한 제재로 서방의 물가상승률이 2%포인트가량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대비 7.5% 오르며 40년래 고점을 기록한 상황에서 10% 가까운 물가상승률이 현실화 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더욱 강한 긴축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지정학적 갈등이 아니라 코로나19 영향 감소, 공급망 차질, 연준 금리 결정 등이 시장에는 더 지속적이고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자문업체 트루이스트어드바이저리서비스의 키이스 러너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940년대 이후 대표적인 지정학적 위기 12건 중 9건에서 S&P500지수는 1년 후 다시 상승했다고 밝혔다. 2003년 이라크 전쟁, 1993년 세계무역센터 폭탄 테러, 1991년 걸프전 등 지정학적 위기는 1년 후까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지정학적 위기가 발발한 후 S&P500지수 등락폭을 평균을 내면 1개월 후에는 1.3%, 6개월 후에는 5.5%, 1년 후에는 8.6% 상승을 기록했다는 설명이다. 러너 CIO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더라도) 미국의 경기 침체 위험은 여전히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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