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아파트 가격이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서울 역시 5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간 가운데,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가 20개월 만에 일제히 하락 전환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전국의 집값이 '하향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한지 하루 만이다.
24일 한국부동산원 2월 셋째주(21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1% 내리면서 보합세(0.00%)에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국의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를 보인 것은 2019년 9월 둘째주 이후 2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서울(-0.02%)과 수도권(-0.02%)이 하락폭을 유지한 가운데, 이외 전국 지역이 전주 0.01% 상승세에서 보합권으로 진입한 여파로 풀이된다.
서울의 경우, 25개 자치구 중 성동(0.00%)과 중랑구(0.01%)를 제외한 22곳이 하락세로 나타났다. 특히, 전주 보합권이었던 서초구가 전주 대비 0.01% 내리면서 강남 3구(송파 3주 연속 -0.02%, 강남 2주 연속 -0.01%)가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서초구와 강남 3구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인 것은 다주택자 양도세 부과를 한시적으로 예외했던 기간인 지난 2020년 1월 셋째주에서 6월 첫째주까지 20주 연속 하락한 이후 20개월 만이다.
서초구의 경우, 최근 신고가 실거래가 등록된 '아크로리버파크'(전용면적 84.95㎡ 46억6000만원, 129.92㎡ 61억원) 등 반포동 일부 신축 상승세에도 이 외 단지에서 약보합세를 보였다. 송파구에선 잠실·신천동 주요 단지를 위주로 하락 거래가 이어졌고, 강남구는 도곡·압구정동의 재건축 단지나 중대형 매물 가격이 상승했으나, 중소형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서울 외에는 △세종(-0.13%→-0.24%)과 △대구(-0.13%) △대전(-0.05%) △울산(-0.01%) △인천(-0.02%) 등 5대 광역시는 전주 대비 하락폭이 확대했고, 8개도에선 상승폭(0.05%→0.04%)이 둔화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등 거시경제적인 요인이 작용하면서 하락 요인은 더 커지고 매수세 자체는 줄어든 상태"라면서 "서울 강남권 역시 하락폭은 크지 않지만, 신고가와 하락 거래가 혼재하면서 약보합세를 보이는 상황"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관망세를 보이는 부동산 시장 전반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강남권 역시 '예외'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서초구와 강남구의 3.3㎡당 평균 실거래가가 각각 지난해 11월 7000만원과 7300만원대에서 6200만원과 5600만원대로 낮아졌다고 지적하며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시장 자체의 거래 활력이 확실히 둔화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함 랩장은 이어 "각 지역과 단지별로 거래 특성이 모두 상이하기에 일률적으로 해석할 수 없겠으나, 기준금리와 대출 규제, 정책 변화 가능성 등이 부담감으로 작용하면서 투자 목적의 부동산시장 진입 문턱이 높아졌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최소 대선을 전후해 산발적인 하락 지역 확산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계속 나왔던 만큼, 이번 통계가 예상하지 못하거나 특이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강남권 역시 예외라고 말할 순 없으며 급매물 위주로 거래량이 줄어든 시장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김 소장은 "이후 강남권에서 미미한 조정세가 이어지더라도 실제 하락 국면 전환이라고 평가할 만큼 유의미한 수준의 조정폭이 나올지는 미지수"라면서 "대선 후 공약 이행 상황과 재건축 시장 환경에 따라 하반기 시장 변화 가능성도 남아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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