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대폭 상향 조정했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상당기간 3%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경고음을 울린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으로 치닫는 등 일촉즉발 상황으로 전개되면 물가 상승압력이 높아져 국내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24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상반기 3.5%에 이어 하반기에는 2.7%로 그나마 다소 누그러진다는 분석이다. 한은이 당해연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3%대로 내놓은 것은 10년 전인 지난 2012년 4월 3.2%(2012년 상승률 전망치)가 마지막이다.
이는 한은이 3개월 전에 발표한 전망치(2.0%)보다 무려 1.1%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한은은 당초 하반기 이후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이 완화되면서 상방압력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주열 총재도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통해 “물가가 올 상반기까지 3%대 상승률을 이어가겠으나 2022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수준(2.5%)을 웃도는 2%대 중후반에 이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나 결국 이 같은 예측이 무색하게 됐다.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통방문)과 경제전망을 통해 "에너지·원자재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병목 등의 영향으로 물가상승압력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지난해 수준을 상당폭 상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원물가 상승률(식료품·에너지 제외) 역시 2%를 상당폭 상회하는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으로 격화될 경우 국제정세 급변 속 물가 상방압력이 더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제기했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과 관련해 상하방 요인이 모두 존재하지만 우리가 상방요인으로 주목하는 부분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진전이 어떻게 될 것인지가 가장 크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이날 내놓은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 등에 대한 전망과 관련해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 상태가 상당기간 지속되는 부분을 전제로 성장률·물가 전망을 내놨다"면서 "다만 현지 상황이 워낙 가변적이고 불확실한 만큼 전면전으로 치닫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이어 "만에 하나 전면전이 된다면 국내 물가에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며 "단순하게만 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이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이는 곧 원자재 수급 불균형으로 나타나게 되고 결국에는 물가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 총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서방에서 경제제재 수위를 높인다면 글로벌 교역이 막혀 국내 수출이 어려워질 여지도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는 3%로 종전과 동일한 전망을 유지했다. 세계경제 회복 흐름 속 글로벌 수요에 따른 수출 호조와 민간 소비 회복흐름 기대감에 따른 것이다. 2023년 성장률 전망 역시 2.5%로 이전과 같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