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에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한국은행이 일단 기준금리 숨고르기에 나섰다. 그러나 유가 급등과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가파른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촉발 등 물가 상승요인이 산재해 있는 만큼 향후 기준금리 인상이 더욱 본격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높다.
7명의 금통위원들은 이날 정례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시장에서도 2월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으나 만장일치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이러한 가운데 이주열 총재는 현재 기준금리 수준이 여전히 완화적이며 물가 오름세와 금융 불균형의 위험을 감안해 완화 정도를 지속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향후 기준금리를 한 차례 올리는 것을 긴축으로 볼 수 없는 부분은 금통위 기조에서도 읽을 수 있을 것"이라며 "중립금리 수준, 적정성 여부 판단 지표, 준칙금리 등을 봤을 때도 여전히 완화된 수준으로 보고 물가가 상승했기 때문에 완화 정도는 더욱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 발 더 나아가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미 시장에서는 높아진 물가상승률과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고려하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남은 분기에 한 번씩 인상해 연말께 2.0%까지 올릴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다만 이에 대해 총재가 직접 인정하면서 그 가능성에 더욱 가까이 다가간 셈이다.
그 시기에 대해서는 이르면 오는 2분기(4~6월)에도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유력하다. 최근 물가 상승세가 전 품목으로 들불 번지듯 빠르게 확산하며 금리인상에 강한 압박을 가하며 금리인상 전망 시기를 앞당기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어서다. 시중 통화량도 12월 한 달 동안 24조원 가까이 증가하는 등 고강도 대출규제 속 여전히 넘치는 유동성 역시 금리 인상 명분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 확산세 등이 일부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근본적으로 물가 급등을 막기 위한 한은의 대책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귀결될 여지가 높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상태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높아진 에너지 가격과 고물가 흐름 등을 고려하면 오는 5월과 8월 중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해 연말 기준금리가 1.7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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