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는 잠재부실이 누적되고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가 만연해질 것이란 우려가 높은 만큼 향후 연착륙 방안에 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연체율은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 상환유예 조치로 인한 착시효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잠재 부실이 드러나지 않아 연체율이 개선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0.21%로 전월 말 대비 0.04%포인트 떨어졌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선 0.06%포인트 줄었다. 은행들은 통상 분기 말 연체채권을 정리하는데 연체채권 매각 규모는 전월(7000억원)보다 1조원 늘어난 1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신규 연체 발생액은 9000억원으로 전월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차주별 연체율을 살펴보면 기업, 가계 모두 하락했다. 기업 대출 연체율은 0.26%로 전월 대비 0.05%포인트 하락했다. 이 중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0.24%로 전월 말과 유사한 수준인 반면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27%로 전월 말 대비 0.06%포인트 내렸다. 중소법인은 0.36%, 개인사업자대출은 0.16%의 연체율을 기록, 각각 전월 말 대비 0.08%포인트, 0.04%포인트 하락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전월 말 대비 0.03%포인트 하락한 0.16%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1%로 전월 말 대비 0.01%포인트 하락했다.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연체는 0.29%로 전월 말보다 0.07%포인트 떨어졌다.
4차 재연장으로 잠재 부실 우려는 더욱 커졌다.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처는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는 소상공인을 지원하고자 2020년 4월 시행됐으며 이후 6개월 단위로 3차례 연장됐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만기 연장 채권 잔액은 115조원, 원금 유예와 이자 유예의 잔액은 각각 12조1000억원과 5조원이다.
이런 가운데 4차 재연장이 확정되자 금융권에서는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정치권과 정부가 이미 결정한 이상 따를 수밖에 없는 만큼 앞으로의 협의 과정에서 잠재부실을 줄이고 추후 종료 시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질서 있는 정상화를 위한 후속조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부실규모를 제대로 가늠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자상환 유예 조치만큼은 정상화하거나 연장 기한을 보다 짧게 잡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향후 유예 조치가 종료됐을 때 그간 쌓아놓은 빚 부담이 일시에 몰려 가려졌던 부실이 한꺼번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19일 열린 '소상공인 부채리스크 점검 간담회'에서도 점진적인 정상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재연장 시기를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자는 의견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부원장은 "금융지원 조치를 언제까지나 지속할 순 없으며, 조치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상환부담 및 부실위험이 집중되지 않도록 상환시점을 분산시키는 방안, 이자유예 조치부터 정상화시키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남창우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원장은 "코로나 재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소상공인 매출회복이 지연됨에 따라 만기연장·상환유예 추가연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단 연장기간을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이고, 지원대상 제한 및 단계적 종료를 순차적으로 실행하는 것도 검토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상을 대면서비스업 소상공인으로 제한하거나, 일정규모 이상 중소기업은 원금·이자유예조치를 우선 종료하는 방식 등이다.
우선 금융위는 28일 은행들과 코로나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4차 연장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다음주 중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다음달 중순까지 마련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앞서 국회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의결된 뒤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의 추가 연장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국회가 추경 예산을 의결하며 "정부가 전 금융권과 협의해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를 추가로 연장하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는 부대의견을 제시한 데 따른 입장 표명이다. 금융위는 "현재 금융감독원과 자영업자의 경영과 재무 상황에 대한 미시분석을 세밀하게 진행 중"이라며 "분석 결과를 토대로 자영업자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대책을 심도 있게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