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면 4대 금융그룹 사외이사 75%의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금융업계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 구성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금리 인상 등 전례없는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큰 폭의 교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생존의 문제로 떠오르면서 금융권의 조직 인력 구조 개선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3명 중 75%에 달하는 25명의 임기가 내달 종료된다. 이들중 관련법상 연임이 불가능한 사외이사는 스튜어트 B 솔로몬 KB금융 이사와 박원구 하나금융 이사 등 2명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금융회사 사외이사 임기는 6년으로 제한된다. 각 그룹은 3월 이사회를 가동해 후임자를 물색하고 주주총회를 열어 인선을 매듭지을 예정이다.
이번 금융업계 이사회에서 최대 이슈는 사외이사의 다양성 확보다.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는 과점주주에게 추천받은 전문가가 모여 있는데 그동안은 금융, 경제, 경영, 회계, 법률 등에 치우쳐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글로벌전문가, 디지털 전문가, 소비자보호 전문가, ESG전문가, 여성사외이사 등으로 인력풀이 확대되는 추세다.
이는 ESG경영이 강조된 영향이 크다. 이사진 구성의 다양성은 'G(지배구조)'의 평가 대상이다. 이사회는 소유가 분산된 금융지주회사의 경영권 안정을 위한 핵심적인 주체이자 최후의 보루로 평가된다. 능력 있는 최고경영자의 경영권은 보호하고 무능한 경영자는 규율하는 일이 이사회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규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ESG 중 환경(E)과 사회(S)를 추진하기 위한 기업활동은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달려있으므로 'G'가 ESG를 추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평가했다.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 확보에 가장 적극적인 금융사는 KB금융지주다. KB금융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다음 달 임기가 만료되는 솔로몬 이사 후임으로 최재홍 강릉원주대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를 추천한다고 지난 24일 공시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 추천 후보인 김영수 전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도 주총 안건에 함께 올랐다. 다음 달 25일 정기주총회에서 두 사람은 표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이외 기존 사외이사인 선우석호, 최명희, 정구환, 김경호, 권선주, 오규택 등 6인은 임기 1년의 중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됐다.
KB금융 측은 최 교수를 추천한 가장 큰 이유로 이사회의 다양성 확보를 꼽았다. 최 교수는 카카오 사외이사를 6년간 역임하면서 스타트업 카카오가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한 국내 대표 ICT 전문가다. KB금융은 다양성에 방점을 두고 이사회를 꾸려왔는데 기존 금융, 재무, 글로벌, 법률·규제, 회계, 리스크관리, 소비자보호 법률전문가에 디지털 전문가까지 포섭하면 한층 이사진 구성이 다채로워질 것으로 본다. 7명의 사외이사 중 여성은 2명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과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어 디지털 전문가를 추천했다"면서 "디지털 전문 지식과 풍부한 경험들은 'No.1 금융플랫폼'으로 앞장서 나가는 데 도움이 되고 이사회의 다양성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 측은 사외이사 후보군 풀에 다양한 전문분야가 포진돼 있고 특히 여성 사외이사 후보군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서 "제4차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는 이사회의 다양성 제고를 위해 여성 사외이사 후보군 비중을 20% 이상 확대했으며 디지털 전문가 및 ESG 전문가 신설을 통해 그룹의 지속성장 방향과 부합한 후보군 전문분야를 재설정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은 수장 교체를 앞두고 새로운 리더십과 함께 일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8일 함영주 부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하나금융에선 박원구·백태승·김홍진·양동훈·허윤·이정원 사외이사가 임기 만료 대상이다. 이 중 박원구 이사만 연임이 불가능하다. 권숙교·박동문 이사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하나금융은 권숙교 이사가 유일한 여성 사외이사인데 전문분야가 '정보기술(IT)'이다.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많은 사외이사(12명)를 보유한 신한금융의 경우 대부분이 경제, 경영, 회계, 재무 전문가지만 법률, 글로벌전문가도 존재한다. 12명 중 여성은 1명이며 박안순·최경록·이윤재·변양호·성재호·허용학·윤재원·진현덕 사외이사의 임기는 다음 달까지다. 다만 신한금융에서는 연임이 불가능한 이사가 없어 이사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금융사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선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 확보가 중요하며 금융회사 퇴직 후 취업제한을 완화해 실무경험이 많은 사외이사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광상 한국금융연구원 부장대우는 "ESG 경영전략을 중시하는 규제 및 투자 환경이 강화되면서 의사결정의 유연성 확보는 물론 경영성 제고 측면에서도 이사회 구성원의 다양화 필요성이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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