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정부가 4월 말 종료를 앞둔 유류세 인하 연장을 검토 중이다. 기름값 인상률이 심상치 않으면서 인하폭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에 유류세 20% 인하 연장 여부를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유류세를 내리려면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 개정 작업은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의결 등을 고려할 때 한 달 정도 걸린다. 지난해 11월 12일 시작된 유류세 인하는 오는 4월 30일 끝날 예정이라 연장하려면 늦어도 3월 말에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정부는 이에 맞춰 3월 말쯤 연장 여부를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선제 대응 차원에서 같은 달 초·중순으로 일정을 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유류세 인하 3개월 연장이 유력하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말보다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가 겹치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결정한 지난해 11월 둘째주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평균 82.5달러였으나 2월 넷째주에는 평균 95.0달러까지 상승했다.
더 큰 관심사는 인하폭이다. 정부는 고유가 시절인 2018년 11월 유류세를 15% 내렸다가 반년 뒤 7%로 축소하고 4개월 뒤엔 인하 조치를 종료했다. 유류세 인하 종료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한 단계적 축소였다. 하지만 올해는 당시와 상황이 달라 인하율을 내릴 가능성은 작다.
오히려 인하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국제유가와 환율이 나란히 오른 탓에 유류세 인하에도 휘발유 가격이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전국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11월 둘째주 ℓ당 1807.0원을 기록한 뒤 꾸준히 하락하다 올해 1월 셋째주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2월 넷째주에는 전주보다 21.4원 오른 1739.8원을 기록하며 6주 연속 상승했다. 27일 서울 지역 휘발유 가격은 1816.25원까지 치솟았다.
현재 20%인 유류세 인하율을 25%로 확대하면 휘발유 가격 인하 효과는 ℓ당 205원, 30%까지 확대하면 246원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신중한 태도다. 20%가 역대 인하율인 데다 세수 등 다른 요인도 고려해야 해서다. 6개월간 유류세 20% 인하 여파로 감소할 세수 규모는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인하율을 유지하고 기간만 늘리더라도 대규모 추가 감소가 불가피하다.
정부는 국제유가 동향과 정세 등을 살펴보면서 인하 조치 연장과 인하율 조정 등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액화천연가스(LNG) 할당관세 인하 조치 연장과 원자재 할당관세 인하폭·대상 확대 여부도 조만간 결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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