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가 미래 식량 패권을 결정지을 푸드테크 연구개발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외부 환경 변수에 영향을 덜 받으면서 안정적으로 원재료를 공급할 수 있는 미래 기술에 식품 업계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육고기 맛과 영양소를 그대로 구현하는 대체육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도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테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세계 대체육류 시장 규모는 오는 2026년 309억2000만 달러(약 3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2020년 기준 대체육 시장이 133억1000만 달러(약 16조원) 수준이었는데, 매년 15%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것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인구는 계속 증가하지만, 육류 공급은 제한적이다. 기후, 질병 등 외부 변동성을 최소화하면서 환경적인 우려를 줄일 수 있는 대체육 시장은 향후 기술 개발과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며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변화는 거대한 시대 흐름이었다. (기존 육류 제품을 대체육으로 전환하는 과정도) 하나의 큰 흐름이지 않을까 싶다. 식탁의 풍경은 이미 바뀌고 있다. 관련 기술을 빠르게 선점하는 기업이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식품 사업을 주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육즙 살리면 기업가치 올라간다
미국에서는 대체육 기술 하나로 상장해 조 단위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대체육과 비건 상품에 대한 수요가 트렌드를 넘어 식품산업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식물성 대체육 회사 ‘비욘드미트’는 한때 시가총액 149억 달러(약 18조원)까지 올라서며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한 물류 비용 상승과 인건비 증가 등을 이유로 31억 달러(약 3조7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지만, 국내 대표 식품업체의 시가총액(CJ제일제당 5조6002억원, 농심 1조9008억원)과 비교해 봐도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비욘드미트가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육류 대체품과 세포 배양을 통한 인공 고기 생산 기술은 지금도 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체육 관련 스타트업의 몸값은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날씨와 기후에 영향을 받지 않고 농산물을 생산하는 '스마트팜'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글로벌 대체육 시장 성장과 함께 국내에서도 경쟁력 있는 대체육 스타트업이 등장하면서 관련 투자 또한 증가하고 있다.
식물성 대체육 전문 스타트업 ‘알티스트(ALTist)'는 지난해 10월 키움프라이빗에쿼티 등으로부터 2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2014년 설립된 이 회사는 대체육뿐만 아니라 대체해산물까지 개발해 국내외 투자자의 이목을 끌었다. 식물성 혁신푸드를 연구하는 ‘올가니카’는 중국 최대 국영기업인 중신그룹(CITIC)의 시틱캐피털(CITIC Capital)에 3600만 달러(약 428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올가니카는 비건 중심의 제품을 생산하면서 최근에는 식물성 대체육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VC업계 관계자는 “국내 식물성 대체육 시장은 2020년 기준 200억원 규모 수준이지만, 대체육, 비건 식품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국내시장도 시간이 흐를수록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스타트업 투자는 미래를 보고 결정한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기존 식품을 생산하는 업체보다 푸드테크 관련 기업의 가치가 더 높게 평가받는 사례도 나타날 수 있다. 쿠팡이 전통적인 유통업체의 시가총액을 넘어선 것처럼 식품업계도 판도가 바뀔 수 있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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