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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제재 후폭풍] 루블화 폭락, 러 경기침체 부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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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2-02-2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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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블화 '종잇조각' 전락 우려…경기침체 가능성↑

  • 금융기관 백척간두...서방 에너지기업 탈행렬 가능성도


러시아 경제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이제 막 시작된 서방의 대러 제재에 금융시장이 휘청이며, 러시아 전역이 패닉에 휩싸였다. 루블화 가치 폭락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며, 러시아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루블화 종잇조각되나…경기침체 가능성↑ 

2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루블/달러 환율은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119.50루블까지 올랐다. 이는 전 거래일보다 30%나 급락한 것으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만 해도 루블화는 달러당 75달러 수준에서 거래됐고 지난 금요일에는 83달러 수준이었다"며 루블화 가치가 빠른 속도로 폭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일부 러시아 은행을 배제키로 합의한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억지력 부대의 특별 전투 임무 돌입을 국방장관과 총참모장에게 지시했다"고 맞불을 놓자 루블화는 속절 없이 가치가 하락했다.

루블화 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 중앙은행은 기존 9.5%에서 20%로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했으나, 외신들은 이 같은 기준금리 인상 조치는 러시아의 인플레이션을 더 끌어올리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러시아는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8.73% 상승하는 등 고인플레이션으로 신음하고 있다. 이달 초에도 기준금리를 8.5%에서 9.5%로 올리는 등 물가 상승에 고삐를 죄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이다. 
 
과거 러시아 중앙은행 고위 관료였던 세르게이 알레카센코는 WSJ에 “30~40% 수준의 통화가치 폭락은 인플레이션율을 5%포인트(p)가량 끌어 올릴 것”이라며 “결제 시스템의 붕괴로 상품 공급이 줄어들면 인플레이션은 더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 금리인상에 앞서 러시아 주요 은행인 VTB가 주택담보대출금리를 4%포인트(p) 올려 15.3%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주담대 금리는 더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 다수는 러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억제에 총력을 기울이며 금리를 대폭 인상할 경우 이는 러시아를 경기 침체로 몰아넣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WSJ는 짚었다.
 
과거 러시아는 루블화 가치 폭락을 경험한 바 있다. 러시아가 지난 2014년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합병한 뒤 오바마 행정부는 에너지기술 수출 금지, 금융 제재 등을 골자로 한 대러 제재를 가했고, 이후 루블화는 약세를 나타냈다. 그 해 러 중앙은행은 루블화 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서 기준금리를 9.5%에서 17%로 인상했었다.
 
이후 러시아는 달러와 서방 금융 기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고 현재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6300억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당시 제재안에는 스위프트와 반도체 수출 금지 등이 빠지는 등 제재 강도가 비교적 약한 편이었다. 이번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가할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기관 백척간두...서방 에너지기업 탈행렬 가능성도
 

27일(현지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는 시위에 참여한 한 여성이 '전쟁 안 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스위프트 제재 대상인 러 금융기관들은 백척간두에 서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러시아 대형 국영은행 스베르방크의 계열사 스베르방크 유럽이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ECB는 성명에서 “스베르방크 유럽과 그 자회사들은 지정학적 긴장 영향으로 예금 유출이 심했고, 이는 유동성 악화로 이어졌다”며 “각 은행들이 만기일에 맞춰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더구나 주요 서방 에너지 기업들도 러시아를 떠나고 있다. 영국 에너지 개발 대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항의로 보유 중인 러시아 국영 석유개발업체 로스네프트의 지분 전량을 매각 처분하기로 했다. BP가 보유한 로스네프트 지분은 19.75%로 현재 시장가치는 140억달러(약 17조원)에 달한다.
 
이외에도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 기업인 에퀴노르는 러시아 사업에 대한 신규 투자 중단과 함께 러시아 합작기업도 정리하기로 했다. 노르웨이 정부도 전날 세계 최대 규모인 자국 국부펀드가 러시아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러시아 자산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외신들은 앞으로 엑손 모빌 등 주요 에너지 기업들의 러시아 사업 철수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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